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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가슴의 국기보다 빛난 ‘나’라는 이름의 경기…올림픽이 보여준 ‘뉴 노멀’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37
2026-02-23 17:52:00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6/02/23/0002792800_001_20260223175210167.jpg" alt="" /><em class="img_desc">23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베로나의 베로나 올림픽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 폐회식 모습. 베로나/신화 연합뉴스</em></span>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이 끝났다. 이번 대회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두 도시로 분산돼 개최됐다. ‘도시’ 밀라노와 ‘산악’ 코르티나담페초간 거리는 대략 400㎞에 이르렀다. 눈을 찾아 이동한 올림픽은, 이제 도시가 아니라 기후를 따라 움직인다.<br><br> 2030년 겨울올림픽은 아예 알프스 산맥 전체를 경기장으로 쓴다. 대회 명칭에 도시 이름 자체가 들어가지 않는다. 경기장은 오트사부아, 사부아, 브리앙송, 니스 등 프랑스 동남부 전역으로 흩어진다. 올림픽 분산 개최는 이제 ‘뉴 노멀’이 되고 있다. <br><br>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가 기존 시설을 90% 재활용했다면 프랑스·알프스 대회에서는 재활용 비율이 더 높아진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 때 사용했던 시설을 재사용한다. 친환경·저비용을 고려한 것이지만 결정적으로 ‘자연’이 도와줘야만 한다. 지구 온난화로 자연설이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설을 만들려면 막대한 물과 전력이 필요하다. 친환경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br><br>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은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 가치 또한 되물었다.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러시아 침공으로 희생된 우크라이나 동료 선수들의 얼굴이 새겨진 ‘기억의 헬멧’을 쓰고 대회에 참가하려 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IOC는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경기장 내에서는 정치·종교·인종적 선전 활동을 일절 금지한다)을 근거로 들었다. 헤라스케비치는 헬멧 착용을 고수하다가 결국 출전 자격 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br><br>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130여 개국이 분쟁 중인 상황에서 예외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올림픽이 정치적 전장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쟁 희생자 추모조차 정치로 규정하는 것이 과연 올림픽이 말하는 인류애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이탈리아 스노보드 선수 로란드 피슈날러가 자신의 헬멧에 러시아 국기를 부착하고 나섰는데도 IOC가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을 더 키웠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는 이번 대회에 중립국으로 참가해 자국의 국기를 쓸 수 없었다. 도쿄올림픽 때는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무릎 꿇기가 허용됐다는 점에서 IOC가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 선택적 중립을 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br><br> 이번 대회는 Z세대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과거와는 달라진 가치관 또한 보여줬다. 과거처럼 “메달로 국위 선양을 해야 한다”는 식의 국가주의가 약화되고, 선수 자체의 성장 스토리가 더욱 주목됐다. 알리사 리우(미국)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피겨 천재 소녀로 불렸던 리우는 번아웃으로 16살 때 은퇴해 2년 만에 복귀해 올림픽 무대에 서서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스케이트를 탔다. 그는 자신의 연기를 마친 뒤 일본 선수들의 ‘클린 연기’를 응원하기도 했다. <br><br> 기자회견에서 흔히 듣던 “국가에 영광을 돌리겠다”는 말도 사라졌다. 그 대신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을 즐겼다”라는 말이 대신 자리 잡았다. 영국 가디언은 이에 대해 “국가의 대리인으로서의 올림픽 선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오늘날의 선수들은 시상대를 국가적 영광의 종착지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위한 플랫폼으로 여긴다. Z세대 경쟁자들에게 가슴의 국기는 기후 행동, 정신 건강, 성 소수자 인권 등 그들이 옹호하는 가치보다 부차적인 경우가 많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더불어 “올림픽의 유일한 동력이었던 국가주의의 종말을 고하고, 그 자리를 개인 서사의 다양한 태피스트리(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로 대체하고 있다”고 했다. <br><br>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은 올림픽이 직면한 모순과 변화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기후 위기 속에서 설상 종목을 지켜내야 하는 물리적 과제와, 낡은 중립의 틀을 깨고 인류애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하는 윤리적 과제 또한 던져줬다. Z세대가 열어젖힌 개인 서사의 시대가 이 해묵은 숙제들을 어떻게 풀어낼지 4년 뒤 알프스의 설원을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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