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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분석이 멈춘 자리에 스며든 비트, 슬픔을 이기는 테크노의 처방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3
2026-02-25 16:42:35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영화 < 시라트(Sirat) ></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081k6A5T0V"> <p contents-hash="198209cde6dd6575813101908b32c98d51b69303636a477b1680a67c915fcb6d" dmcf-pid="p6tEPc1yz2" dmcf-ptype="general">[박재우 기자]</p> <p contents-hash="524ef7ac8697a09a60bf32c0abd70602e39e1d5164d28268893ecfc2a6f8991b" dmcf-pid="UPFDQktWu9" dmcf-ptype="general"><span>(*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span></p> <p contents-hash="7b91068a0c2d0b34dd6282e273c84ab6d52215ea170ec2294795470dd6efdf0a" dmcf-pid="ug9TaSKpFK" dmcf-ptype="general">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수십 개의 거대한 스피커가 탑처럼 쌓인다. 올리버 라세 감독의 영화 <시라트>는 이 낯설고도 압도적인 풍경에서 시작한다. 영화는 실종된 딸 마르를 찾아 사막의 '레이브 파티'를 전전하는 아버지 루이스(세르지 로페즈 분)의 여정을 담는다.</p> <p contents-hash="4f80166b17beddbbf769291ee7b651f16aa34c1fb21f1abc0fa7024deac05a02" dmcf-pid="7a2yNv9U3b" dmcf-ptype="general">이 영화는 우리가 흔히 아는 추적극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극이 진행될수록 서사의 논리는 희미해지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고막을 자극하는 테크노 음악의 박동이다. 주인공 루이스에게 이 거대한 전자음은 처음엔 그저 소음일 뿐이다. 먼지 속에서 무아지경으로 몸을 흔드는 사람들은 평범한 중년 남성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그러나 감독은 이 소음 속에 숨겨진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갈망, 즉 신성한 존재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제의적 본능을 포착한다.</p> <p contents-hash="7c9ff1b8bbad9e85a372a76de6d79548536e471339109115c7acb7e828658024" dmcf-pid="zNVWjT2uUB" dmcf-ptype="general"><strong>자아의 벽을 허물다</strong></p> <p contents-hash="f0240317080f5453e8601f9ad0ce1eb5a53b871ebd290701630e3c61ff3f8d50" dmcf-pid="qjfYAyV73q" dmcf-ptype="general">테크노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심장 박동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어지는 4분의 4박자의 집요한 반복이다. 일반적인 노래가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로 감동을 준다면 테크노는 마치 원시 부족의 북소리처럼 일정한 타격음을 끝없이 되풀이하며 듣는 이의 이성을 잠시 마비시킨다.</p> <p contents-hash="df6524aa63bca5391b85cf3ef2ec8ff6593e53c1311c16fd752c13e446269181" dmcf-pid="BA4GcWfz3z" dmcf-ptype="general">본래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분석하고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려 분주히 움직인다. 하지만 테크노처럼 정직한 비트가 지독하게 반복되면 뇌는 더 이상 예측할 새로운 정보가 없다고 판단해 분석 활동을 멈춰버린다. 그렇게 이성이 잠든 자리에 소리의 박자가 스며들고 우리의 심장 박동과 뇌파는 그 일정한 리듬 속으로 가만히 잦아든다. 소리와 내가 하나로 포개지는 이 찰나에 루이스를 짓누르던 복잡한 상실의 잡념은 사라지고 오직 비트만이 남는다.</p> <p contents-hash="bb89f68227db7f5b86af9d30398777052c575ccb2dde589dd60ad706d8f5391a" dmcf-pid="bc8HkY4qp7" dmcf-ptype="general">황량하고 막막한 사막의 풍경이 뿜어내는 정적과 스피커의 굉음이 충돌하며 화면은 그 자체로 거대한 시각적 소음이 되고 소리의 진동은 무방비 상태가 된 루이스의 내면을 정면으로 타격한다. 이 강력한 타격 앞에서 루이스가 붙잡고 있던 논리와 슬픔의 벽은 비로소 균열을 일으키며 무너져 내린다. 감독은 마음을 짓누르던 잡념을 깨끗이 잊은 채 오직 뜨겁게 진동하는 박동 그 자체가 되는 짧은 찰나를 포착하려 한다.</p> <div contents-hash="ec4f11530f0b05e6179a9a1694073d39014895a62b445ab3996c13a6003db92d" dmcf-pid="Kk6XEG8B0u" dmcf-ptype="general"> <strong>소리의 파도에 몸을 내던지다</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ac264c7ccd74f1cd382b85abda123ef26a9ee4a55df0e1fb4ac7920d7e4ec2d5" dmcf-pid="9a2yNv9U0U"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2/25/ohmynews/20260225164237408grki.jpg" data-org-width="733" dmcf-mid="F9HNVgGh04"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5/ohmynews/20260225164237408grki.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시라트>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찬란</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8fb326b88bf26a9258e15975544f543c112549846e4134af676c012cfc63376d" dmcf-pid="2NVWjT2u0p" dmcf-ptype="general"> 테크노의 제의적 성격은 '탈혼(脫魂)'과 '빙의(憑依)'라는 두 가지 경험을 통해 드러난다. 먼저 탈혼은 내 영혼이 일상의 고통과 자아로부터 이탈하는 경험이다. 루이스는 딸을 잃은 슬픔이라는 거대한 심연 앞에 서 있다. 처음에는 파티를 즐기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던 그는, 거대한 상실감 속에서 언어와 논리가 무너지는 순간 비로소 그들의 리듬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div> <p contents-hash="924f3028045175aaf28cbf4c6bfa6d9b5e8e84a620642192b13b819124d68905" dmcf-pid="VjfYAyV770" dmcf-ptype="general">그렇게 비워진 자리에 찾아오는 것이 빙의다. 전통적인 무속에서 샤먼이 신의 기운을 몸에 받는다면 현대의 레이브에서는 '소리의 진동'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거대한 스피커에서 뿜어나오는 저음은 몸 전체를 하나의 악기로 만든다. 내가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소리가 내 몸을 연주하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음악을 트는 DJ는 의식을 주관하는 사제가 되고 춤추는 공간은 성스러운 제단이 된다.</p> <p contents-hash="d096ee8945620e95da2176188802afc69fe9c2cc98cd2d0e026e3bdfeda3211b" dmcf-pid="fA4GcWfz73" dmcf-ptype="general">영화의 제목 '시라트'는 이슬람교에서 지옥과 천국을 잇는 다리의 이름을 의미하며, 이 다리는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칼날보다 날카로워 오직 의로운 자만이 건널 수 있다고 전해진다. 감독은 이 이슬람 경전 속 다리를 사막이라는 거칠고 위험한 현실 공간으로 가져온다.</p> <p contents-hash="a393dcde758008987dc04d3ed1ab0787c8771a3817d8561ff5008124fbd7ed17" dmcf-pid="4c8HkY4quF" dmcf-ptype="general">루이스가 여정의 끝에서 마주하는 극한의 상황들은 그를 삶과 죽음의 경계로 몰아넣는다. 이때 테크노 음악은 그를 보호하는 천사의 날개이자, 길잡이가 된다. 무당이 날카로운 작두 위를 걷듯, 그는 비트가 만들어낸 무아지경의 힘을 빌려 공포를 이겨내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 반복되는 비트는 그의 머릿속을 비워 그가 아무 생각을 하지 않게 만들었다. 결국 테크노 음악은 그가 절망의 구렁텅이로 추락하지 않게 붙잡아주는 생명줄이자, 보이지 않는 안전한 길을 그려주는 리듬이 된다.</p> <div contents-hash="80b040e667885af82c5b6f8d9bb190ac5db055e600b2a258bba23f37fae547bc" dmcf-pid="8k6XEG8But" dmcf-ptype="general"> <strong>소음 속에서 발견한 숭고한 기도</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827810283f62753093f66e4535bfb5854acfbc6676ba2405c45ae0c3c3c65806" dmcf-pid="6EPZDH6b31"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2/25/ohmynews/20260225164238658ssev.jpg" data-org-width="1157" dmcf-mid="3b6XEG8B3f"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5/ohmynews/20260225164238658ssev.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시라트>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찬란</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198c1d6fbd89beec31b5230fc74a5815ee65881a6d348db321d48d1a2dc0402a" dmcf-pid="PDQ5wXPK75" dmcf-ptype="general"> 올리버 라세 감독은 논리와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삶의 비극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몸의 의례'에서 찾는다. 테크노 음악의 집요한 반복은 상처받은 영혼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매개체다. </div> <p contents-hash="3eba4f068710d84322123c689befac879cff2297537ec396dbe6ac63dc6ffee8" dmcf-pid="QJzCiO71pZ" dmcf-ptype="general">살다 보면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 닥쳐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보이지 않고 몸조차 움직이기 힘들 때가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머리로 상황을 분석해 해결책을 찾는 고단한 노력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심장 박동처럼 쿵쿵거리는 리듬에 발걸음을 맞추다 보면 꽉 막혔던 생각은 잠시 멈추고 굳어있던 몸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한다. 규칙적인 비트가 마치 멈춰버린 기계를 다시 돌리는 엔진 소리처럼 우리 몸에 '다시 살아 움직이라'는 신호를 보내주는 셈이다.</p> <p contents-hash="5bc8939f444b4acb5e6c167fc2d0bd8b69c5de1f034e58da9e410cdf94f6cb59" dmcf-pid="xiqhnIztUX" dmcf-ptype="general">영화가 끝나고 극장의 불이 켜지면 귀를 멍하게 만드는 이명(耳鳴)과 함께 기묘한 정적이 찾아온다. 그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그 시끄러웠던 소음이 실은 루이스가 말로 다할 수 없는 상실을 삼키기 위해 바친 가장 길고 소란스러운 '기도'였음을 말이다. 엔딩 장면 속 루이스의 공허한 표정으로 볼 때 시라트 위에 설 위기는 삶이 지속되는 동안 계속 찾아올 것이다. 그 순간마다 우리 몸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는 우리 삶의 리듬을 갖고 싶다.</p> <p contents-hash="1874c471493b9fdeb5fef9dda968a29134816b3a400bbecd2e4648dbe0f869ee" dmcf-pid="yZD45VEo7H" dmcf-ptype="general">사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마주하기까지의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의미의 '시라트' 건너기였다. 딸이 레이브 파티에 간다는 불확실한 정보 하나로 사막을 뒤지는 루이스처럼 볼만한 영화라는 소문 하나에 의지해 상영관을 찾아 헤매야 했다.</p> <p contents-hash="997bbbf1c0b710aa41abaaecda674e7d75f91a9a0dd217fcbc3df12b41fc7dc5" dmcf-pid="W5w81fDgzG" dmcf-ptype="general">늦은 밤 소규모 상영관 안, 어렵게 그곳을 찾아온 스무 명 남짓의 관객들과 나란히 앉아 테크노의 굉음에 몸을 맡겼던 그 기묘한 동질감을 잊을 수 없다. 거대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멀티플렉스 너머, 칼날 같은 개봉관 수를 견디며 버티고 있는 이런 영화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루이스가 사막 끝에서 기도를 바쳤듯, 나 역시 극장을 나서며 이 소란스러운 영화적 체험이 더 많은 이의 심장에 가닿기를 조용히 빌어보았다. 쿵, 쿵, 쿵, 쿵. 여전히 귓가를 맴도는 비트 소리와 함께.</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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