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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휴일인데 파친코나 갈까"도 옛말…야구판에 '도박'이 사라진다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13
2026-02-28 04:00:00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6/02/28/0000056228_001_20260228040007735.gif" alt="" /><em class="img_desc">지난해 5월 20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대 LG 트윈스 경기, 8회초 롯데 공격 2사 2루 상황에서 나승엽이 삼진 아웃되자 아쉬워하고 있다. photo 뉴스1</em></span></div><br><br>야구계에는 오랫동안 이런 농담이 돌았다. "아무개 선수는 유명한 타짜"라거나 "타석에서 수 읽기만 잘하는 게 아니라 패 읽기도 잘한다"는 농담. "파친코 마니아인 모 감독은 앉는 자리마다 구슬이 쏟아진다"는 믿기 힘든 전설. "미국 카지노에서 거액을 탕진한 모 야구인이 구단에 연봉 가불을 요청했다"는 루머. 스프링캠프 휴식일에 감독·코치·선수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장소가 파친코장이라는 소문까지.<br><br>실은 농담이 아니었다. 캠프 기간 자전거를 몰고 파친코장 개장 시간에 맞춰 출근해서 폐장할 때까지 종일 머무는 감독이 실제로 있었다. 한 번도 파친코를 안 해봤다는 사람이 있으면 한참을 붙들고 파친코의 재미를 '전도'하는 지도자도 있었다. 파친코 마니아로 소문난 선수 중엔 홈런 세리머니를 파친코 기계에서 따온 경우도 있었다. 야구장에서 일하는 누구도 이 정도의 가벼운 도박은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분명 그런 시대가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br><br>누군가에겐 낭만이고, 한편으론 야만이었던 그 시대가 마침내 끝났다. 롯데 자이언츠 도박 사태를 원년으로.<br><br>KBO는 지난 2월 23일 서울 KBO 컨퍼런스룸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대만스프링캠프 중 사행성 오락실을 찾은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나승엽·김세민에게 각 30경기 출장 정지를, 지난해부터 세 차례 방문한 사실이 확인된 김동혁에게는 50경기 출장 정지를 결정했다. 도박 금지를 규정한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 조항이 적용됐다.<br><br>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 12일. 네 선수는 롯데의 1차 스프링캠프지였던 타이난 숙소 인근 사행성 오락실을 찾아 새벽까지 전자 베팅 게임을 즐겼다. 업소 내부 CCTV를 휴대폰으로 촬영한 정체불명의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현지 온라인에 유포되면서 한국까지 번졌다. 처음엔 종업원에 대한 성추행 의혹이 더 크게 부각됐다가, 이후 불법 도박 의혹으로 확산됐다. 사태가 커지자 롯데는 선수들과 면담을 마치자마자 전원 귀국 조치하고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즉각 신고했다.<br><br><strong>괴담과 악재가 줄줄이 </strong><br><br>이후 괴담과 악재가 줄을 이었다. KBO가 스프링캠프 출발 전 각 구단에 카지노·파친코 등 사행성 업장 이용을 명시적으로 경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알고도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사건이 터진 당일 오전 신동빈 롯데 구단주의 미담이 언론에 보도되며 한창 좋았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괘씸죄'도 추가됐다. 롯데그룹이 격노하고 구단도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br><br>김동혁의 경우 지난해에도 같은 업소를 방문했다는 의혹에 더해, 경품으로 아이폰을 받고 인증 사진까지 찍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어리석음에 대한 탄식이 쏟아졌다. 대만 현지 뉴스와 신문에 롯데 도박 사태가 연일 보도되면서 '나라 망신' 프레임까지 덧씌워졌다. 선수단 전수 조사, 구단 유튜브 콘텐츠 업로드 중단, 야심차게 준비하던 2026시즌 출정식 행사 취소까지 이어지며 민폐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네 선수를 향한 여론은 순식간에 최악으로 치달았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즉각 방출, 영구 제명, 1년 이상 자격정지, 공개 태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br><br>여론이 이렇게 험악하다 보니 KBO가 내린 30경기·50경기 징계를 두고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괘씸한 감정을 잠시 접어두고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결코 약한 징계라고 하기 어렵다. 2008년 삼성 채태인이 인터넷 도박으로 약식 기소됐을 때 KBO 징계는 고작 5경기 출장 정지였다. 2015년 임창용과 오승환이 마카오에서 바카라 도박을 한 사실이 수사 결과로 드러나 법원에서 각각 벌금 100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을 때는 복귀 시 시즌 50% 출장 정지(72경기) 징계가 내려졌다. 함께 연루된 윤성환과 안지만은 사법 처벌도, KBO 징계도 없이 넘어갔다. 2019년엔 LG 선수 세 명이 호주 카지노에서 소액을 베팅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지만 엄중경고가 전부였다.<br><br>이번엔 달랐다. 사법 처리와 별개로 30경기 내지 50경기 출장 정지가 내려졌다. 성추행 의혹이 오해로 밝혀지고, 해당 업소도 대만 현지 경찰에 의해 합법으로 판명됐고, 김동혁을 제외하면 한 차례만 방문해 일회성으로 볼 여지가 있음에도 이전보다 훨씬 강한 징계가 나왔다. 한 지방구단 관계자는 "팬들은 징계가 약하다고 할지 모르나 그간 관행에 비춰보면 강한 징계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야구인은 "이제 일본 캠프 때 파친코는 다 갔네"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br><br>실제로 파친코는 오랫동안 야구계의 허용된 일탈이었다.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 수준을 넘어 아예 암묵적으로 허락하는 구단도 있었다. 일부 팀은 스프링캠프 기간 휴식일 전날 야간 훈련을 면제해 주곤 했는데, 이는 사실상 '파친코에 다녀와도 좋다'는 신호로 여겨졌다. 코치 중에는 전지훈련 마지막 날 공항 출발 시간이 다 됐는데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 파친코장까지 직원이 달려가 겨우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상사를 찾으러 파친코장에 갔더니 감독·코치·선수는 물론이고 해설위원, 구단 직원들이 죄다 한 업장에 모여 있더라"고 했다.<br><br><strong>허용된 일탈 '파친코' </strong><br><br>파친코가 전지훈련의 낙이 된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프로야구단에서 오래 일한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운동만 해온 선수들은 여가 시간을 보내는 법을 잘 모른다. 가족과 떨어져 멀리 타국에서 장시간을 보내는데, 훈련 기간에 술을 퍼마실 수도 없지 않나. 그러다 보니 선배나 동료들을 따라 파친코에 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서 "파친코를 즐기는 야구인과 관계자가 워낙 많아서 아무도 문제삼지 않았고, 문제라고 인식하지도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br><br>파친코를 향한 집착은 때로 기이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야구계에서 선수와 지도자들 사이에 '재활 성지'로 통하는 일본의 한 접골원이 있다. 매년 수십 명의 KBO 선수들이 부상 후 이 접골원을 찾으며, 구단들도 핵심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자연스럽게 이 접골원행을 고려한다. 치료 효과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있음에도 여전히 일부 야구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접골원이 인기를 끈 데는 치료 효과 말고 다른 이유가 따로 있다.<br><br>한 지방 구단 코치는 "치료 때문이라기보다는 파친코 때문이란 게 불편한 진실"이라며 "보통 해당 접골원에 가면 오전에 간단한 치료만 받은 뒤 나머지 시간은 사실상 자유 시간이다. 이 시간에 파친코를 하려고 일부러 그 접골원을 찾는 선수가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한 베테랑 선수는 "과거 부상으로 재활할 때 구단에서 그 접골원에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거절했다. 예전에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파친코를 안 해서 그런지 정말 아무것도 할 일이 없더라. 파친코 안 하는 사람은 굳이 거기 가서 재활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만큼 파친코가 야구계에 넓고 깊게 뿌리내렸다는 얘기다.<br><br><strong>작은 도박이 더 큰 도박꾼을 키운다 </strong><br><br>물론 파친코도 국내 법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불법이다.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일본에서 파친코를 즐긴 한국인도 국내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액의 일회성 오락에 대해선 사실상 처벌하지 않는 관행이 있다 보니 실제로 문제가 된 사례는 없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다른 도박에 비해 파친코는 귀여운 수준 아닌가. 도박보다는 아기자기한 게임 같은 느낌이 있고, 시간 제한 때문에 중독성도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2019년 LG 카지노 사건이 터졌을 때도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중이던 팀들이 일시적으로 파친코 금지령을 내렸다가, 사건이 잠잠해지자 슬그머니 원상복귀됐다.<br><br>그러나 도박은 어디까지나 도박이고 폐해가 따르는 법. 캠프 기간 파친코에 빠진 선수들이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연습경기 도중 자리를 비우고 파친코장으로 달려간 선수, 파친코 기계에 화풀이를 하다 종업원과 몸싸움을 벌여 구단이 사태 수습에 애를 먹은 얘기는 유명하다. 동료와 후배들에게 돈을 꿔가며 파친코에 탕진하고 팀 내부에 채무 관계를 만들어 캠프 분위기를 흐린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작은 도박이 더 큰 도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진짜 문제다. 파친코에서 시작한 습관이 바카라나 인터넷 도박으로 이어지고, 더 큰 자극과 더 쉽게 버는 돈을 좇다가 결국 야구 경기 자체를 베팅 대상으로 삼는 승부조작으로 흘러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br><br>"선배들 시대엔 됐는데 왜 우리만"이라고 볼멘소리를 할 일이 아니다. 야구선수들의 행실을 판단하는 기준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어 왔다. 음주운전만 봐도 그렇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선수가 얼마 지나 아무렇지도 않게 운동장에 나오는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음주운전 한 번이면 그대로 선수 생명이 끊긴다. 팬들이 용서하지 않는다. 도박 문제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거액의 불법 도박이나 승부조작만 엄벌하는 분위기였고, 파친코나 소액 카지노 정도는 '그럴 수도 있지'로 넘어갔다. 이번 사건은 그 기준선을 바꿔놓았다. 한 야구인은 "이번 롯데 건을 계기로 앞으로 선수든 감독이든 파친코는 불가능할 것 같다. 누구라도 파친코에 출입하다가 인터넷에 사진이 올라오거나 보도되면 무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br><br>중장년 남성이 주류였던 과거 팬덤과, 20·30대 젊은 여성이 중심이 된 지금의 팬덤은 선수들의 행실을 바라보는 눈높이 자체가 다르다. 성인군자가 되길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일반인 수준에서도 해선 안 될 일, 당당하지 못한 일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연예인도 도박 사건에 연루되면 활동이 멈추는 시대, 야구선수라고 다를 리 없다. 유명세를 감수하고 선택한 직업 아닌가. 긴 캠프 기간 파친코라도 해야 버틴다는 말도 더는 핑계가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하나면 세계 어디서든 맛집과 관광지를 찾을 수 있고, 캠프지에서 건전하게 여가를 보내는 젊은 선수들은 얼마든지 있다. 올겨울 일본 외딴 섬에 캠프를 차린 KIA 선수들은 바다낚시와 카페 순례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br><br>지방 구단 관계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야구선수가 뭐하러 그런 곳을 가나. 의심스러운 곳, 어두운 곳, 갔다가는 문제가 될 것 같은 장소나 행위에는 아예 발도 들이지 않아야 한다." 프로야구 선수로 사는 동안에는 당당하게 공개할 수 없는 곳은 찾지 않는 게 맞다. 개장 시간에 맞춰 파친코장으로 향하던 감독, 재활 명목으로 일본에 건너가 파친코장에서 시간을 보내던 선수. 그 시절 이야기는 이제 다시는 낭만처럼 꺼낼 수 없게 됐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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