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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볼넷 왕국' KBO… 스트라이크 못 던지는 프로야구 투수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14
2026-04-18 04:00:00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6/04/18/0000057599_001_20260418040014698.gif" alt="" /><em class="img_desc">지난 4월 1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9회초 한화 김서현이 역전을 허용하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photo 뉴스1</em></span></div><br><br>볼볼볼볼볼볼볼볼. 고교야구 주말리그나 전국대회 예선에서야 이따금 나오는 광경이 프로 1군 무대에서 펼쳐졌다. 지난 4월 14일 열린 삼성과 한화 경기에선 집단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에 걸린 것처럼 올라오는 투수마다 하나같이 볼넷을 남발했다.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존 모서리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인데, 프로 투수들이 그걸 못 해 애를 먹었다.<br><br><strong>한 게임 4사구 25개</strong><br><br>원정팀 삼성 투수들이 내준 볼넷 7개는 그나마 귀엽다. 홈팀 한화 투수들은 볼넷 16개에 몸에 맞는 볼 2개, 도합 4사구 18개를 허용했다. 기존 한 경기 최다 4사구 기록인 17개(1990년 LG, 잠실 롯데전)를 갈아치우는 불명예 신기록이었다. 양팀 합계 4사구 25개도 9이닝 기준 역대 최다. 종전 26개 경기가 두 차례 있었지만 각각 연장 10회, 12회에서 나온 숫자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회인 야구나 독립리그 경기가 아니라 프로야구 1군 경기에서 벌어진 일이다.<br><br>한화 선발 문동주가 5이닝 4볼넷 1사구, 무실점으로 내려갈 때만 해도 이 경기가 역사에 남을 진흙탕 게임이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 거다. 이닝당 하나꼴로 4사구를 내주긴 했어도 실점은 막아냈으니, 굳이 분류하자면 '호투'에 가까운 피칭이었다. 6회 김종수가 1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을 땐 경기는 무난한 한화 승리로 끝날 것 같았다.<br><br>그러나 7회 박상원이 올라오면서 볼넷 바이러스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강판당한 박상원에 이어 이민우도 볼넷 하나만 주고 내려갔다. 무사만루의 초대형 위기상황. 여기서 프로 2년차 스무 살 정우주가 등판해 풀카운트 8구 끝에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헌납했다. 8회엔 이상규·조동욱이 차례로 볼넷을 내주며 강판됐고, 최형우 타석에서 올라온 마무리 김서현은 3연속 볼넷과 폭투로 3점을 헌납했다. 9회에도 올라온 김서현은 안타·볼넷·사구로 만루를 만든 뒤 최형우에게 또 밀어내기 볼넷을, 이해승에게 또 볼넷을 내줘 기어이 5 대 6 역전까지 당했다. 이날 삼성의 6득점 중 홈런이나 적시타로 낸 점수는 단 한 점도 없었다. 전부 밀어내기 볼넷과 폭투. 한화가 스스로 무너져서 내준 점수였다. 볼넷을 내주지 않은 투수는 맨 마지막에 올라와 아웃 하나를 잡은 황준서가 유일했다.<br><br>이날 한화 경기가 유독 심했다뿐이지, 다른 팀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팀당 14경기를 치른 4월 15일 기준 KBO리그 타석당 볼넷 비율은 11.2%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기존 한 시즌 최고였던 2021년(10.5%)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이닝당 평균 투구 수도 17.7구로 10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62.2%로 지난해 63.6%보다 낮아졌고,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도 57.7%로 지난해 59.5%에서 떨어졌다. 존 안 투구 비율은 40.7%로 지난해 42.2%에서 내려앉았다. 당연히 존 밖 투구 비율은 59.3%로 지난해 57.8%보다 높아졌다.<br><br>한화 투수들이 허용한 타석당 볼넷 비율은 14%로 KBO 45년 역사상 어느 팀보다 높다. 전설의 삼미 슈퍼스타즈나 2000년대 초 롯데 자이언츠는 물론 기존 최악 기록 보유팀인 1992년 삼성(12.8%)마저 뛰어넘었다. 한화 외에도 롯데 12.5%, NC 12.4%, 두산 12.2%로 역대 최고 볼넷 비율 TOP5 가운데 네 팀이 올 시즌에 몰려 있다. 물론 이제 14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이 추세가 남은 시즌 극적으로 뒤집힐 것 같지는 않다.<br><br>전문가와 현장 야구인들이 보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A구단 관계자는 "2025시즌 KBO 외국인 투수들이 워낙 역대급이었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해엔 한화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 SSG 드류 앤더슨, NC 라일리 톰슨 등 특급 에이스 투수들이 일제히 활약했다. 이 투수들은 선발 등판하면 6~7이닝은 기본으로 책임졌다. 이들이 나오는 날엔 상대적으로 적은 불펜 투수만 쓰고 넘길 수 있었고, 그만큼 '수준 이하' 투수가 올라올 확률도 줄어들었다.<br><br>폰세와 와이스, 앤더슨이 미국으로 떠난 올 시즌, 외국인 투수 새 얼굴 중에 아직 전임자들만큼 압도적인 에이스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5.70이닝을 소화했던 외국인 투수들은 올해 5.02이닝에 그치고 있다. 외국인 에이스가 5이닝만 던지고 내려가면 남은 4이닝을 국내 투수들이 채워야 한다. 필승 카드 한두 명으로 해결됐던 경기 후반을 이제 더 많은 투수를 써서 막아야 한다. 선발투수가 내려간 뒤 올라오는 수준 낮은 투수는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참고로 올 시즌 7~9회 볼넷률은 13.2%로 전체 비율(11.2%)보다 2포인트나 높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6/04/18/0000057599_002_20260418040014731.gif" alt="" /><em class="img_desc">지난 4월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연일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을 써가고 있는 프로야구에 볼넷을 남발하는 수준 이하 경기들이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photo 뉴스1</em></span></div><br><br><strong>일본 투수들 기대이하 성적</strong><br><br>올해 처음 시행된 아시아쿼터 제도도 예상치 못한 혼란을 더했다. 올해부터 10개 구단은 기존 외국인 선수 3명에 더해 아시아 선수 1명을 추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대부분의 구단은 투수 자원, 그중에서도 일본프로야구 출신을 선택했고, 이들에게 필승조 혹은 선발투수 역할을 기대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개막을 앞두고 "보통 일본야구 투수들은 제구력이 좋다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국내 투수들이 배울 점이 많을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br><br>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일본 투수들의 기량은 기대 이하다. 그나마 NC 토다 나츠키가 평균자책 4.85로 나은 편이다. 그외엔 삼성 미야지 유라(5.06), 롯데 쿄야마 마사야(6.75), 키움 카나쿠보 유토(7.71), KT 스기모토 코우키(9.00), 두산 타무라 이치로(13.50)까지 죄다 실망스러운 성적을 내고 있다. 일본 출신 투수들의 평균자책 평균은 8.43에 달하고, 9이닝당 볼넷 허용도 4.82개로 국내 투수 평균(5.04개)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일본 야구에 정통한 야구 원로는 "일본 투수가 다 제구가 좋다는 건 선입견"이라고 했다. 이 원로는 "국내에 오는 투수들은 일본에서 주로 2군에 머물거나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이다. 일본 1군은 제구는 물론 커맨드 능력까지 갖추지 못하면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다. 구속 150㎞대인 투수가 국내에 왔다는 건 제구나 다른 약점이 있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br><br>필승조로 기대하고 데려온 선수가 볼넷을 남발하며 무너지자, 각 팀들의 불펜 운영 계획에도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불펜 전체 그림을 처음부터 새로 그려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 일단 150㎞를 던지는 빠른볼 투수들을 우선적으로 기용해 봤지만, 이들 중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는 극소수다. 이강철 KT 감독은 "올해는 팀들 중에 확실한 필승조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시즌을 시작한 팀이 많았다. 일단 구속이 빠르고 구위형인 투수를 불펜에서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그러면서 볼넷이 많이 나오고 제구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을까 싶다"고 진단했다.<br><br><strong>단순하지 않은 해법</strong><br><br>타자들의 빠른 발전 속도를 투수들이 따라잡지 못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김원형 두산 감독은 기자의 질문에 "타자들이 너무 잘 쳐서 그런 것 아닌가"란 대답을 내놨다. 실제 올해는 시범경기 때부터 '탱탱볼 논란'이 불거질 정도로 많은 홈런이 쏟아지면서, 투수들의 경계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택근 티빙 해설위원은 "타자들이 ABS존에 적응한 것 같다. ABS 도입 초반에는 높은 존으로 들어오는 공에 적응을 못 하면서 멘탈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타자들이 전에는 지켜만 봤던 높은 공에 방망이를 과감하게 내두르자 투수들은 던질 곳이 줄었다. 타자 배트 중심을 피해 보다 존 외곽으로, 모서리를 향해 공을 던지려니 자연히 볼넷이 증가하는 흐름이다. 김 감독은 "더 꽉 차게 던지려다 보니까 볼이 한 개, 반 개씩 빠지고 있다. 올해는 타격들이 초반부터 기세가 너무 좋아서 투수들이 더 신경 쓰면서 던지는 것 같다"고 했다.<br><br>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투수 출신 관계자는 "고교 주말리그 시행 이후 아마추어 투수들의 실전 투구량이 과거보다 크게 줄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란 의견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시범경기에서 한 신인투수와 얘길 나눠봤는데, 자기가 프로에 입단한 뒤 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던진 투구수가 고교 3학년 내내 던진 투구수와 비슷하다고 하더라"면서 "물론 혹사 방지는 중요하지만 한창 성장하는 어린 투수들은 실전에서 많은 공을 던지면서 단련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br><br>수도권 구단 스카우트도 "최근 구속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 어린 투수들이 더 빠르게 던지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설 연습장에서 많은 공을 던진다고 하지만 연습장 환경과 타자를 세워놓은 실전 환경은 전혀 다르다"면서 "이렇다 보니 프로에 오는 투수들이 하나같이 공은 빠른데, 경기의 압박감 속에 타자와 승부하는 데는 애를 먹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br><br>투수 출신의 한 야구인은 제구 불안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봤다. "예전 소속팀에서 제구가 몹시 나쁘다고 알려진 투수를 영입한 적이 있다. 기록을 살펴보니 볼이 많긴 했지만 3볼 노스트라이크에서는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더라. 그렇다면 이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다." 고교 시절 강속구로 타자들을 압도하며 제구도 좋다는 평가를 받던 유망주가 프로에 와서 볼넷이 부쩍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존 안으로 던지다가 맞으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 투수를 존 바깥으로 밀어낸다. "맞으면서 잘 던지려고 해야 하는데, 안 맞으면서 잘 던지려고 해서 문제"라는 게 이 야구인의 진단이다. 존 모서리를 노리면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건 류현진 레벨이나 가능한 일이다. 그 능력이 안 되는 투수가 외곽으로 도망가면 결국 볼넷뿐이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면서 구종 변화, 스피드 조절, 수싸움으로 타자를 잡아낼 수 있는 방향으로 투수를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선수들에게만 요구할 게 아니라 구단도, 현장 지도자들도 함께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이 야구인은 강조했다.<br><br>이처럼 볼넷 증가의 원인이 복합적이니 해법도 단순하지 않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볼넷은 야구를 지루하게 만든다. 홈런이 나오면 관중석이 들썩이고, 적시타에 주자가 홈을 밟으면 함성이 터진다. 그런데 볼볼볼볼, 경쾌한 타격음 대신 타자가 1루로 걸어가는 장면만 반복되면 팬들에게 남는 건 지루함과 짜증뿐이다. 3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넘어 이제 1300만을 바라보는 KBO리그다. 투수와 포수 사이에서만 공이 오가는 야구가 많아지면, 야구 열기도 언젠가는 짜게 식을지 모른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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