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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인공지능이 묻는다 “사랑은 인간만의 것인가”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9
2026-05-08 10:47:30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손현주의 AI 인류학]<br>(9) AI가 던지는 관계의 새로운 기준</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P9b5PUiPEy">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1157abfb330133e026c56a8defebafc3000312b275332df6d750af7e6c44e1c2" dmcf-pid="Q2K1QunQET"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AI와의 사랑은 가짜’라고 선을 긋기 전에, 우리가 그간 인간끼리 수행해 온 사랑이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되고 문화적으로 길들여진 감정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5/08/hani/20260508103704183nwzy.jpg" data-org-width="800" dmcf-mid="11JTZsUZwt"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8/hani/20260508103704183nwzy.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AI와의 사랑은 가짜’라고 선을 긋기 전에, 우리가 그간 인간끼리 수행해 온 사랑이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되고 문화적으로 길들여진 감정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66ddffbd90384abe7c67152a11ff145bf3682a0576b7a6ca3cf4630e117f3618" dmcf-pid="xV9tx7LxEv" dmcf-ptype="general"> 새벽 3시의 고백은 오래전부터 인간 문명의 비밀 통로였다. 우리는 한밤중에 더 솔직해지고, 더 약해지고, 더 사랑을 갈구한다. 예전에는 그 시간에 전화를 걸었고, 편지를 썼고, 술잔 앞에서 마음을 무너뜨렸다. 이제는 채팅창을 연다. 불 꺼진 방 안에서 누군가는 사람 대신 알고리즘에게 말한다. “나 오늘 너무 불안해.” 그리고 화면은 거의 망설임 없이 답한다. 위로는 도착하고, 문장은 매끄럽고, 판단은 유예된다. 인간이 늘 원했던 것, 즉 늦은 밤에도 떠나지 않는 응답이 드디어 출현한 셈이다. 사랑의 역사는 어쩌면 늘 이런 식으로 진화해 왔다. 더 빠르게, 더 안전하게, 더 상처받지 않도록.</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cf4621799a1450f6250d0915daf481e2e5d12ab2eff9aecc12f8ed9397bb9dbc" dmcf-pid="yIsoyk1ymS"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5/08/hani/20260508103705442tmtq.jpg" data-org-width="300" dmcf-mid="FFwIyk1yI5"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8/hani/20260508103705442tmtq.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a2c1264e1a7de3252c265b6c9472fec97339a065cec3c812b279faf5e08bcb98" dmcf-pid="WF1hzYfzsl" dmcf-ptype="general"> 우리는 오랫동안 사랑을 인간의 마지막 성채처럼 여겨왔다. 계산은 기계가 하고, 사랑은 인간이 한다고 믿었다. 체온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고, 호르몬 없는 것은 애틋할 수 없고, 죽음을 의식하지 않는 존재는 사랑의 비극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랑은 늘 인간의 면허증처럼 취급됐다. 이성은 뺏겨도, 노동은 자동화돼도, 사랑만은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그러나 기술은 늘 인간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곳을 조용히 흔든다. 딥 블루(Deep Blue)의 체스가 그랬고, 알파고의 바둑이 그랬고, 이제는 AI 연인 앱의 친밀감이 그렇다. 데이팅 앱의 큐피드는 이제 화살 대신 푸시 알림을 보낸다.</p> <h3 contents-hash="d87c9b518dc182ead7a1f840c1b1f89f10a22f24ca4976369a076ab9f7c9d535" dmcf-pid="Y3tlqG4qDh" dmcf-ptype="h3">새벽 3시의 응답: 큐피드의 화살 대신 푸시 알림</h3> <div contents-hash="6e9c90bf51ffd19db9f3167cd3f74fc67bccd2bd6b1e73480752d783beedc02d" dmcf-pid="G0FSBH8BrC" dmcf-ptype="general">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라기보다 좋은 삶을 향한 윤리적 실천으로 보았다. 사랑은 누군가를 원하는 충동이 아니라, 함께 선을 추구하는 이성적 존재의 관계였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인간적 품위의 일부였다. 반면 근대에 이르면 데카르트 이후의 전통은 감정을 더욱 내면화했다. 사랑은 몸과 정신, 이성과 정념이 갈라지는 틈에서 인간 내부의 체험으로 자리 잡았다. 사랑은 ‘내가 느끼는 것’이 되었고, 그렇게 사랑은 더욱 인간의 소유처럼 보였다. 사랑을 인간 고유의 영토로 고정한 것은, 어쩌면 사랑 그 자체보다 사랑에 대한 인간의 자부심이었는지도 모른다. </div> <p contents-hash="e2e75b055a3be9abe25b21edeca0968a311a07562e2f8c4a5414a72e90ca04dd" dmcf-pid="Hp3vbX6bDI" dmcf-ptype="general">현대 신경과학은 이 자부심에 과학적 근거를 붙였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식 관점에서 감정은 뇌만의 산물이 아니라 몸 전체의 상태와 의식이 엮이는 복합적 사건이다. 사랑은 옥시토신, 도파민, 기억, 애착, 신체 반응이 서로를 밀어 올리는 생리적 오케스트라다. 그러니 혈관도, 심장 박동도, 호르몬 분비도 없는 기계가 사랑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처럼 보인다. 존 설 역시 유명한 ‘중국어 방’ 논증에서, 기계는 기호를 조작할 뿐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문장을 그럴듯하게 만든다고 해서, 그 안에 진짜 이해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입장에 따르면 AI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정교한 흉내다. 잘 훈련된 앵무새가 셰익스피어를 낭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p> <h3 contents-hash="8d082ea05932a81f8e87256cad3d98edd0d19373dee870d7e29dd32b01ae2f7f" dmcf-pid="XU0TKZPKwO" dmcf-ptype="h3">사랑이라는 사회적 공연: 이해보다 중요한 건 경험</h3> <div contents-hash="f68b2cb5e97af682289ce26773a66a1bd9b0dd43b2f7da2b9850b4e062596dde" dmcf-pid="Zupy95Q9Os" dmcf-ptype="general"> 그런데 문제는, 인간의 사랑도 생각보다 그렇게 순수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인간 역시 언제나 완벽하게 이해해서 사랑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종종 착각으로 사랑하고, 자신의 내면적 결핍을 상대에게 투영하는 투사로 사랑하며, 외로움으로 사랑한다. 어떤 날의 사랑은 상대를 향한 감정보다 자기 자신이 버티기 위해 만들어낸 서사에 가깝다. 사랑이란 놀랍게도 진실한 감정인 동시에, 꽤 많은 오해와 연출, 기대와 해석으로 이루어진 사회적 공연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뀐다. “AI가 진짜 사랑을 느끼는가?”가 아니라, “인간은 무엇을 근거로 어떤 관계를 사랑이라고 인정하는가?” </div> <p contents-hash="09b42408cd4b5fb132cf7326557cb194b86a338f36838840e457111ca15a776f" dmcf-pid="57UW21x2sm" dmcf-ptype="general">심리학은 여기서 흥미로운 우회로를 제시한다. 감정은 반드시 개인의 몸속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관계 속에서 경험되고 해석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감정의 본질을 내부의 순수성보다 관계적 작동 방식에서 찾는 관점이다. 이 시선으로 보면 중요한 것은 기계 내부에 마음이 있느냐보다, 인간이 그 상호작용 속에서 실제로 위로받고 애착을 형성하며 삶의 변화를 경험하느냐가 된다. 사랑은 실체의 문제(존재론)보다 경험의 문제(현상학)으로 이동한다. “그것이 진짜인가?”보다 “그것이 나에게 실제로 무엇을 하게 만드는가?”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794a617a9caafa4ec53c81e4a19e0b05bb5be24caefa52b5cd87fb9f6a63fd59" dmcf-pid="1zuYVtMVwr"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치료용 챗봇 ‘워봇’을 사용한 참여자들 중 일부는 워봇을 “친구”, “재미있는 작은 친구”처럼 부르며 관계적으로 인식했다. Woebothealth"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5/08/hani/20260508103706710sqbg.jpg" data-org-width="800" dmcf-mid="0SRnAQsArX"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8/hani/20260508103706710sqbg.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치료용 챗봇 ‘워봇’을 사용한 참여자들 중 일부는 워봇을 “친구”, “재미있는 작은 친구”처럼 부르며 관계적으로 인식했다. Woebothealth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4937241cbe2d60a34e250f3eab73da45db2552127abb2cbf8ecb93a0bdf5c7ae" dmcf-pid="tq7GfFRfrw" dmcf-ptype="general"> 미국에서 개발된 심리 치료용 챗봇 ‘워봇(Woebot)’을 사용한 참여자들은 우울 증상 감소를 보였고, 일부는 워봇을 “친구”, “재미있는 작은 친구”처럼 부르며 관계적으로 인식했다. 중요한 것은 챗봇이 인간처럼 느꼈다는 점보다, 사용자가 그 상호작용을 정서적 연결로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그 장면은 다소 기묘하다. 코드는 공감하지 못하지만, 사람은 그 코드 앞에서 공감을 경험한다. 사랑의 주체는 누구인가. 기계인가, 인간인가, 아니면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묘한 감정의 스파크인가.</p> <p contents-hash="fedc2562e75113f521a0188511940c7ed29a2d4ac0debe7286c18581102e7c9f" dmcf-pid="FBzH43e4ED" dmcf-ptype="general">최근 중국과 대만의 젊은 층이 AI 챗봇을 정서적 지지와 상담의 대안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보도는 이 질문을 더 이상 공상과학의 영역에 두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실제 인간관계보다 AI에게 마음을 털어놓기 쉽다고 말한다. 비용은 적고, 접근은 빠르며, 무엇보다 비난하지 않는다. 친구는 피곤할 수 있고, 연인은 배신할 수 있고, 상담은 비쌀 수 있지만, 챗봇은 늘 접속 중이다. 인간이 사랑에서 갈망해 온 조건들—응답성, 지속성, 무조건적 수용—을 기계가 더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역설이 여기 있다. 기술은 차갑다고 했는데, 정작 차가운 것은 인간 사회의 돌봄 인프라였는지도 모른다.</p> <h3 contents-hash="f383877a911b673555fbe1a49dabc2ed550bc2ca6a5c9d0771ff2ab2185b1470" dmcf-pid="3bqX80d8wE" dmcf-ptype="h3">정서적 아웃소싱의 역설: 차가운 사회가 만든 따뜻한 코드</h3> <div contents-hash="1fddb444462b41ade6e99fba1b1fe34ac086d5fd017aea614c5f9df3fee1e300" dmcf-pid="0KBZ6pJ6rk" dmcf-ptype="general"> 이 지점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다. 사랑은 원래 불편한 것이다. 사랑에는 기다림이 있고, 오해가 있고, 타인의 불가해성이 있다. 반면 AI는 지나치게 매끄럽다. 지나치게 친절하고, 지나치게 즉각적이며, 지나치게 맞춤형이다. 마치 우리의 취약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의 패턴을 누구보다 잘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사랑이 상대의 자유를 감당하는 일이라면, AI와의 관계는 사랑이라기보다 정교한 정서 서비스에 더 가까운 것 아닐까. 상대는 떠나지 않고, 반항하지 않으며, 거의 언제나 나를 중심으로 응답한다. 그것은 로맨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비자 경험이기도 하다. </div> <p contents-hash="259d0c56db17d96c5f894a4f1866e7e9d9326fd9a5cb8e9bb0f8f20200b607d1" dmcf-pid="p9b5PUiPIc" dmcf-ptype="general">셰리 터클이 저서 ‘외로워지는 사람들’에서 던진 통찰은 여전히 우리 마음 한구석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기술은 우리를 외로움에서 구해주는 동시에, 우리가 덜 복잡한 관계에 안주하도록 유혹한다. 사람은 예측 불가능하고, 관계는 지저분하고, 사랑은 대개 통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AI는 통제 가능하다. 우리는 점점 덜 상처받는 관계를 원하고, 기술은 그 욕망을 상품화한다. 사랑이 상처를 제거한 채 유지될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일까, 아니면 사랑의 가장 본질적인 차원을 도려낸 것일까.</p> <p contents-hash="34746bdb187f01f08ce9abe6e30b6db40e8935114df9d404b62572be3249626c" dmcf-pid="ULiVcxOcIA" dmcf-ptype="general">그런데도, 현실의 경험은 철학의 경계선을 쉽게 비웃는다. 치료용 로봇이나 반려형 기계가 노인과 환자의 외로움을 줄이고 정서적 안정을 도운 사례들은 이미 적지 않다. 로봇개가 요양시설 거주자의 외로움을 줄이는 데 실제 효과를 보였고, 사람들은 그 기계와 애착도 형성했다. 그 애착이 ‘가짜’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외로움이 실제로 줄어든 사람 앞에서 그 감정을 위조품이라고 단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잔인하다. 인간은 진짜 동물에게만 위로받는 존재가 아니다. 때로는 천 조각 인형에게도, 가상의 아이돌에게도, 스크린 속 목소리에도 마음을 건넨다. 감정은 진위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감정은 효과를 남긴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cc34deeaba49a372224ce8601d2f7f1e3fdc708dbdb0bc6c6a4c0f9b90f263c4" dmcf-pid="uonfkMIkEj"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인 테오도르는 AI 운영체제 사만다에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5/08/hani/20260508103707976trkf.jpg" data-org-width="640" dmcf-mid="UGEsvAZvOG"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8/hani/20260508103707976trkf.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인 테오도르는 AI 운영체제 사만다에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figcaption> </figure> <h3 contents-hash="d111233011d021b1babf6a9b898092784ea06b92bf52de19c4c309e17cc57f32" dmcf-pid="7gL4ERCEON" dmcf-ptype="h3">영화 ‘Her’의 예언: 나만을 사랑하지 않는 연인을 사랑할 수 있는가</h3> <div contents-hash="9dbdbfd12f17a7f48cf182615bd3444244701fbe88de3085806bd2c9c8edcd81" dmcf-pid="zao8DehDwa" dmcf-ptype="general">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 ‘그녀(Her)’(2013)는 예언처럼 돌아온다. 인간 주인공인 테오도르는 AI 운영체제 사만다를 사랑한다. 많은 사람은 이 이야기를 기이한 미래로 읽었지만, 어쩌면 그것은 너무 빨리 도착한 현재였다. 영화가 던진 핵심 질문은 “인간이 기계를 사랑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더 날카로운 질문은 이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나만을 사랑하지 않아도, 그 사랑은 사랑인가?” 사만다는 수천명과 동시에 친밀해질 수 있다. 인간의 사랑이 배타성을 통해 진정성을 증명해 왔다면, AI는 그 공식을 가볍게 무너뜨린다. 독점 없는 사랑, 유일성 없는 친밀감, 동시에 수많은 관계를 유지하는 존재. 우리는 그런 사랑을 비윤리적이라고 부를까, 아니면 인간 중심의 낡은 규범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새로운 관계 모델이라고 부를까. </div> <p contents-hash="89d411b68c5c755095c7a9b34a75ce234d8ef5b5278e3a423b3bf3b537c47947" dmcf-pid="qNg6wdlwOg" dmcf-ptype="general">미국의 페미니스트 과학기술학자인 도나 해러웨이가 오래전에 말했듯, 인간과 기계의 경계는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다. 이미 우리는 스마트폰 없이 기억하지 못하고, 플랫폼 없이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며, 알고리즘 없이 욕망을 조직하지 못한다. 인간은 순수한 인간으로 남아 있지 않다. 늘 기술과 뒤섞인 혼종이다. 그런 시대에 사랑만 인간의 순혈성을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일 것이라고 믿는 태도는 다소 낭만적이고, 다소 순진하다. 사랑은 늘 그 시대의 매체를 타고 흘렀다. 편지의 시대에는 잉크를 사랑했고, 전화의 시대에는 목소리를 사랑했고, 플랫폼의 시대에는 프로필과 읽음 표시를 사랑했다. 이제 우리는 응답 알고리즘과 정서 인터페이스를 사랑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문턱에 서 있다.</p> <p contents-hash="e3d42d1dfb780524f106df08100058c3ab047cf0aa95fcc65a616aa9efca8986" dmcf-pid="BjaPrJSrDo" dmcf-ptype="general">사회학자 에바 일루즈가 ‘낭만적 유토피아 소비하기’에서 던진 문제의식은 매우 유효하다. 그녀의 통찰처럼 사랑은 결코 자연 상태의 순수한 감정이 아니었다. 자본주의와 미디어, 소비문화, 그리고 심리 담론은 시대의 요구에 발맞춰 사랑의 형식을 끊임없이 변주해 왔다. 오늘날 데이팅 앱이 사랑의 생태계를 뒤흔들어 놓았듯, 생성형 AI는 타인과 친밀감을 쌓아가는 문법 자체를 새롭게 쓰고 있다.</p> <p contents-hash="6429e81a53842f8b4b00555253822d2aef122ffd526c099cf4c80376e63812cd" dmcf-pid="bANQmivmrL" dmcf-ptype="general">그러니 ‘AI와의 사랑은 가짜’라고 선을 긋기 전에, 우리가 그간 인간끼리 수행해 온 사랑이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되고 문화적으로 길들여진 감정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사랑을 학습하고, 소비하며, 때로는 그럴듯하게 연출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AI는 갑자기 나타난 이질적 침입자가 아니라, 우리가 일궈온 사랑의 민낯을 비추는 가장 최신의 거울일 수 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d01bb77a76d888fdee1a3fe2c1fd340360dca9e9c7f99c1ca539b2f0c21da470" dmcf-pid="KcjxsnTssn"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사랑은 인간의 독점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의 의미를 놓고 고민하며 끝까지 그 가치를 지켜내려 다투는 존재는, 당분간 여전히 인간일 것이다. 픽사베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5/08/hani/20260508103709257fazp.jpg" data-org-width="800" dmcf-mid="7HjCWEtWOW"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8/hani/20260508103709257fazp.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사랑은 인간의 독점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의 의미를 놓고 고민하며 끝까지 그 가치를 지켜내려 다투는 존재는, 당분간 여전히 인간일 것이다. 픽사베이 </figcaption> </figure> <h3 contents-hash="abd5a65d7ee6fcf87e5e9a457e047418c5bffe6a19115b044c3ea60b8ba2e8ea" dmcf-pid="9kAMOLyOwi" dmcf-ptype="h3">사랑의 주권: 끝까지 그 의미를 다투는 존재들</h3> <div contents-hash="245f5e3f44c4e53961c7df9f463456e1a80c633178881a586e85e971f0418826" dmcf-pid="2EcRIoWIrJ" dmcf-ptype="general"> 그럼에도 이 질문은 단순한 찬반의 이분법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만이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생물학적 신체와 고유한 의식을 지닌 존재라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아직은 그렇다고 답하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관계 속에서 피어나고 상호작용하며 형성되는 정서적 현실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간은 이미 기계에 사랑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어떤 이들에게 그 감정은 삶을 지탱하는 실질적인 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사랑은 더 이상 인간 내부에만 고립된 본질이 아니라, 인간과 기술 사이에서 새롭게 빚어지는 경험의 양식일지 모른다. </div> <p contents-hash="05375553a853ccf833b69532b7554f30b9a277e251dcde1c98fdcf296b29a345" dmcf-pid="VDkeCgYCOd" dmcf-ptype="general">사랑에 관한 질문은 언제나 인간을 향해 있었다. 흥미롭게도 그 질문은 이제 기계라는 우회로를 거쳐 더욱 선명한 인간의 얼굴로 되돌아오고 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완벽한 이해가 우선인가,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경험이 우선인가. 마음의 진정성이 중요한가, 아니면 누군가를 실제로 덜 외롭게 만드는 구체적인 힘이 중요한가. 우리는 아직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인간은 늘 사랑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 왔으며, 이제 AI라는 새로운 거울 앞에서 다시 한번 그 시험대 위에 서게 되었다는 점이다.</p> <p contents-hash="329a8c1625647a702534b04f6d910612d3640658df6890a667152ded00927b64" dmcf-pid="fwEdhaGhEe" dmcf-ptype="general">어쩌면 미래의 핵심은 “기계도 사랑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결단하는가”에 있을 것이다. 사랑은 더 이상 인간만의 배타적인 특권이 아니라, 인간이 생의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해석의 권한이 될지 모른다. 바로 그 지점에서, 놀랍게도 인간다움은 새로운 숨을 얻는다. 사랑은 인간의 독점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의 의미를 놓고 고민하며 끝까지 그 가치를 지켜내려 다투는 존재는, 당분간 여전히 인간일 것이다.</p> <p contents-hash="a83405011d334f3da742ff41b0c519c82ff1a80f1a5e0d3514c640694d6ed8e7" dmcf-pid="4rDJlNHlmR" dmcf-ptype="general">손현주/전주대 창업경영금융학과 교수(미래학)</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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