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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삼청태현슥쓱'... 인천 팬들은 정말 괜찮았을까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26
2026-05-25 14:16:00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김은식의 야구팬의 탄생] 버려진 것이 아니라 남아서, 서로를 지탱하는 사람들</strong>야구장 입장권 구하기가 쉽지 않다. 휴일이건 평일이건 예매 창이 열리자마자 손가락을 놀려 봐도 동행할 사람 숫자에 맞게 이어진 좌석을 구할 수가 없다. 잠실, 대전, 대구의 올 시즌 좌석 점유율은 99%가 넘는다.<br><br>그런데 불과 20년 전, 홈구장 관중석이 딱 한 번만 가득 차면 팬티만 입고 달리겠다고 약속했다가 결국 그 민망하지만 감격적인 이벤트를 치른 이도 있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지만, 야구장에서 흐르는 시간은 훨씬 더 빠르다. 그리고 인천 야구의 시간은 특히 더 많은 것을 지나쳐왔다.<br><br><strong>인천 야구의 너무 빠른 시간</strong><br><br> <table class="nbd_table"><tbody><tr><td><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47/2026/05/25/0002516971_001_20260525141612274.jpg" alt="" /></span></td></tr><tr><td><b>▲ </b> 2007년 5월 26일, 문학야구장 관중석이 가득 찼고, 약속대로 이만수 수석코치가 팬티만 입은 채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았다.</td></tr><tr><td>ⓒ SK 와이번스</td></tr></tbody></table><br>이만수 코치가 엉덩이 팬티를 입고 야구장을 달린 2007년, SK 와이번스는 창단 8년 만에 첫 우승을 달성했다. 그해 겨울, 우승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한 팬이 말했다. 인천 팬들이 원하는 것은 우승을 많이 하는 것보다, 떠나지 않고 오래 야구하는 것이라고. 그 이야기를 들은 구단의 고위 관계자가 크게 웃으며 답했다. 오래오래 야구하면서 우승도 많이 하겠다고. 와이번스는 그 뒤로 세 번 더 우승하며 '많은 우승'을 선물했지만,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br><br>2021년 1월 25일 밤, SK가 와이번스를 신세계 그룹에 매각한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그리고 팀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되, 새 이름으로 더 강한 팀을 만들겠다는 신세계의 포부가 알려졌다. SK 와이번스가 SSG 랜더스로 바뀌는 과정은, 밖에서 보기에는 순탄했다.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입단과 청라돔 건설로 이어지는 새 구단의 비전이 스포츠면을 덮었고, 무성한 기대와 전망이 댓글 창과 커뮤니티에 이어졌다. 충격과 허탈감을 토로하는 팬들이 없지 않았지만, 대단한 분노나 통곡의 흐름은 아니었다.<br><br>하지만 팬들의 마음은 정말 괜찮았을까. 야구장으로 나서려다가 문득 옷장에 걸린 와이번스 유니폼들을 보며 우뚝 멈춰서는 그들의, 8회 말 '연안부두'를 합창하다가 'S-SG'를 외쳐야 할 추임새 부분에서 무심코 '인-천 SK'가 흘러나오는 입을 틀어막는 그들의 마음속도 과연 괜찮았을까.<br><br>설마 괜찮았을 리가. 아마도 인천 팬들이 울지 않았던 이유는 슬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삼미에서 청보로, 청보에서 태평양으로, 태평양에서 현대로, 현대가 떠난 뒤 들어온 SK에서 이제 다시 SSG로. 팀 이름을 꼽는 데만 한 손이 부족해진 마당에 나오는 건 눈물보다는 나직한 한숨이었을 것이다.<br><br><strong>서로 기대어 이룬 도시</strong><br><br> <table class="nbd_table"><tbody><tr><td><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47/2026/05/25/0002516971_002_20260525141612317.jpg" alt="" /></span></td></tr><tr><td><b>▲ 인천의 6번째 팀, SSG 랜더스</b> 21세기의 최강팀 중 하나였던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SSG 랜더스는 여전히 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다.</td></tr><tr><td>ⓒ 연합뉴스</td></tr></tbody></table><br>'이 도시의 중심이 어디고 변두리가 어디냐'는 질문은 인천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곤 했다. 살아온 대로 말하자면 바다에서 시작해 산으로 기어오른 도시가 인천이었고, 좀 자조적으로 말해 중심은 서울이고 인천은 통째로 변두리라고 하는 이도 있었다. '인천사람'이라는 말에는 '너나 나나 별 의지할 것 없는 변두리 사람'이라는 공감이 깔려있었고, 그중에서 잘 나고 못 나고 나눌 게 있느냐는 역설적인 호탕함이 있었다.<br><br>인천은 '대대로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도시가 아니다. 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온 이북 출신들, 산업화 시절 농촌을 떠나 공장과 부두로 흘러든 남쪽 지방 사람들, 항구의 일거리를 찾아 모여든 외지인들과 화교들. 인천이라는 도시는 단단한 뿌리 위에 세워진 곳이 아니라, 뿌리 뽑혀 떠돌던 사람들이 바닷바람 부는 땅끝에서 서로 기대어 이룬 도시다.<br><br>말하자면 고향을 잃은 이들이 서로를 고향 삼아 버티며 일군 땅이다. 그래서 인천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지만 한번 마음을 내주면 오래 함께 간다. 마음을 통한 이가 떠날 때 큰 상처를 받는다는 것과, 그럼에도 기대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서로 터득한 까닭이다.<br><br>그래서 인천 팬들이 사랑한 선수들도 '순혈'보다는 '새 식구'가 많았다. 인천 야구의 황금기를 이끌어온 김광현과 최정도, 정근우와 이진영과 이호준도, 박정권이나 김강민이나 조동화도 인천 출신은 아니었다. '인천의 아들' 김경기를 특별히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인천 포도대장' 박경완이 어느 학교 출신인지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디서 나고 자랐는지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시간을 함께 했는가였다.<br><br><strong>떠난 자들과 남은 자들의 역사</strong><br><br> <table class="nbd_table"><tbody><tr><td><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47/2026/05/25/0002516971_003_20260525141612360.jpg" alt="" /></span></td></tr><tr><td><b>▲ </b> 8회, '연안부두'를 합창하는 순간 인천 문학야구장의 시간이 절정에 달한다. 무수한 배들을 떠나보내면서 부두에 남아 삶을 이어가는 바닷가의 사람들처럼, 인천의 야구팬들은 언제까지 이곳에 남아 서로를 지탱한다.</td></tr><tr><td>ⓒ ssg 랜더스</td></tr></tbody></table><br>인천에서 프로야구의 역사는 '떠나간 자들'이 남긴 발자국과, 그 발자국에 고인 짠물로 이루어져 있다. 떠난 것이 기업들이라면, 남은 것은 물론 팬들이다. 기업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생길 때마다 떠났지만, 응원할 만한 이유가 없는 야구를 할 때도 팬들은 등대처럼 자리를 지켰다.<br><br>하지만 그 팬들은 스스로 '버려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버려진 게 아니라 남았고, 남아서 여전히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8회 말, 문학구장에서 '연안부두'를 합창하다가 눈가가 문득 뜨끈해지는 걸 느끼면서 문득 깨닫는다. 우리가 사랑한 것은 기업의 로고가 아니라, 그 이름을 함께 외치며 모이고, 만나고, 서로를 위로하던 투박한 사람들의 얼굴이었다는 것을.<br><br>'삼청태현슥쓱'. 그 수많은 이름을 지나오며 모진 인생만큼이나 질겨진 인천의 야구는 오늘도 그렇게 사람들의 온기로 지지 않는 하루를 이어간다. 떠난 이들의 이름은 기록에 남지만, 남겨진 자들의 사랑은 삶이 된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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