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주혜란 양구군보건소장
국내 최초 여성 보건소장 이력
“의료취약지 필수 인력 태부족
대학병원 지역 센터 유치 추진
77세 양구서 보건소장 큰 보람”
주혜란 양구군보건소장은 예방의학분야 전문가다. 주 소장은 1977년 충북 옥천군보건소장으로 임명돼 한국 최초·최연소 여성 보건소장이 됐다. 현재 양구에서 보건소장으로활약하면서 ‘77세의 청춘’을 불사르고 있다. 주 소장의 의대 정원 갈등, 지역 의료 현실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주혜란 양구군보건소장이 지난 28일 소장실에서 정부 의대 정원 추진에 의료계가 반발하는 사태에 대해 양측의 문제점을 짚으며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추진하고, 의료계 특히 의사단체는 반발하고 있는데.
“2000명의 인원이 의과대학에 추가로 오면 조교들도 구해야 되고 또 신체 해부 시스템도 많이 들여와야 한다. 또 기초의학 교수, 임상의학 교수들이 준비가 돼야 한다. 정부는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
환자가 있어야 의사가 있다. 의사들은 절대 환자 곁을 떠나서는 안 된다. 의사이셨던 어머니께서 우리가 1초를 늦으면 환자가 죽고 1초를 빨리 가면 환자가 산다고 하셨다. 의사한테 봉사라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생각해야 한다. 의사들은 최고의 엘리트 집단으로 존경받고 있다. 그점을 생각할 때 이래선 안 된다. 소통이 돼야 한다. 정부에는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을, 의료계에는 현장을 떠나는 행동은 좋은 모습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강원도 등 지방 의료 상황이 열악하다. 진단과 해결책은.
“지금 제일 많이 죽는 게 심혈관·뇌혈관질환이다. 그 다음은 암이다. 암 환자는 수술하면 1년의 기간이 있다. 항암제 맞고, CT·MRI 찍고, 수술 한 번 하면 1년이 간다. 암 다음은 교통사고 환자다. 심혈관·뇌혈관 질환 의사들은 필히 있어야 한다. 일선에는 심혈관, 뇌혈관 전문의가 없다. 기껏해야 일반 내과 전문의다. 또 양구에 안과 의사가 한 명도 없다. 백내장 질환이 많은 어르신들한테는 안과 의사가 절대적이다. 의대 정원 갈등의 영향으로 양구군보건소에 일반 내과 의사가 5명(본소 1명, 면 4명)이 있는데 둘을 빼갔다. 둘의 공백이 생긴 것부터가 문제다. 4월부터 안과실명협회에서 안과 의사가 나와서 진료를 한 달에 한 번씩 해주기로 했지만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강대병원에 안과 의사가 없다. 의료 취약지역에 이런 문제가 하나 둘씩 터지고 있다. 열악한 지역의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시니어 의사’들을 구하고 있다. 또 지난해 고대병원 암센터 힐링센터를 양구에 유치하려고 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지역소멸 대책을 꼽자면 남자들은 이곳에서 군생활을 했다. 옛날에 정주영 회장이 여기다가 평화공원을 만들려고 했는데 돌아가시는 바람에 멈췄다고 한다. 이쪽 양구 등 접경지에 ‘평화 공원’을 만들어 남북한 종교 지도자, 교육자, 정치인들의 만나면 이거로 하나로서 세계 관광의 그게 메카가 된다고 본다.”
-양구에서 활동하는 의미는.
“보람을 많이 느낀다. 사람들이 다 알아본다. 우리 인생은 70세에 시작해 80세에 꽃을 피우고, 90세에 준비해 100세에 간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120세 시대다. 120세에 갈 것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내가 77살이다. 청춘이다. 밤 늦게까지 일을 한다.”
-강원특별자치도민, 강원도민일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살다 보면 즐거운 일만 있는 게 아니다. 질병은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이 결핍돼서 오는 것이다. 그러니 좋은 것만 생각하고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 한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건강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즐겁게 살아야 한다. 오늘(28일) 우리가 회의를 했다. 1시간 반 동안 했는데 가장 중요한 게 소통하는 거다. 우리 직원들과 대화하고 들으면서 많이 배운다.” 이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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