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처벌 시 대주주 자격 문제…카뱅 진통 길어질 듯
케이뱅크 IPO에 불똥 튈까…비교기업 ‘카뱅’과 ‘선 긋기’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위기감은 카카오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카카오뱅크는 회사 주인이 바껴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카카오뱅크의 경쟁자인 케이뱅크마저 울상이다. 흔히 카카오뱅크가 위기에 직면하면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발한 케이뱅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여기기 쉽지만, 현실은 반대다. 카카오뱅크의 위기로 케이뱅크의 부담까지 커질 전망이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카카오 없는 카카오뱅크 가능성 '스멀스멀'
'은둔의 경영자' '벤처 신화의 주인공'으로 불리는 카카오 창업자인 김 위원장의 구속 여파는 카카오뱅크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는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려면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최근 5년간 자본시장법 등 금융 관련 법령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김 위원장이 벌금형 이상의 판결을 확정 받을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중 10%만 남기고 팔아야 한다.
문제는 카카오가 실제 처벌을 받아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리를 내줘도 새 주인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에게 지분이 넘어가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분율은 27.17%로, 카카오와 같다. 보통주 1주를 덜 갖고 있어 카카오가 지분 매각 시 자연스레 최대 주주에 오른다. 다만 금융지주 회사법상 지주회사의 증권사는 은행을 직접 지배할 수 없다. 모기업인 한국금융지주가 한국투자증권의 지분을 인수하는 식의 지배구조 조정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뱅크가 자회사가 되면 비은행 금융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가 은행지주사로 전환됨에 따라 각종 강화된 규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공시 의무와 자본적정성 규제 등이 엄격해지면서 사업이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커진다.
산업 자본 중에서도 인터넷은행법상 지분을 34%까지 확보 가능한 ICT 전문 기업이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네이버와 KT 정도가 인수 여력이 있는 것으로 꼽히지만, 움직일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KT는 계열사인 BC카드를 통해 케이뱅크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는 해외 은행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 지분 인수에 나설 이유가 적다는 평가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실제로 본격화될 경우 카카오뱅크의 경영에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는 이유다.
케이뱅크 사옥 ⓒ케이뱅크 제공
카카오뱅크의 불확실성에 골치 아픈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도 덩달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코스피에 상장한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의 유일한 비교그룹이어서다. 통상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은 상대가치 평가 방법을 통해 적정 주가를 산정한다. 유사한 사업을 다루는 비교그룹의 주가 흐름과 재무 상태가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비교기업의 주가가 높을 때는 기업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만, 반대일 경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당초 카카오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지기 전에도 카카오뱅크의 부진한 주가는 케이뱅크에게 걸림돌로 꼽혔다. 금융사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땐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비율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지표로 삼고 있다. 상장 당시 외국계 기업을 비교기업으로 삼았던 카카오뱅크의 PBR은 7.3배로 산출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PBR은 1.56배로 80%가까이 줄어들었다. 상장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린 탓이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최고점(9만4400원)에서 1만5800원까지 하락했다가 2만원 대를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기업가치까지 덩달아 저평가 될 것으로 우려돼 온 지점이다.
여기에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카카오뱅크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케이뱅크의 부담이 늘었다. 실제 김 위원장이 구속된 7월23일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11% 급등했다가 3.79% 하락 마감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밖에 카카오는 3건의 의혹에 대한 사법리스크를 추가로 안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김 위원장과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이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도 수사 대상이다.
케이뱅크의 상장 주관사단은 케이뱅크의 상장 가치를 4조~5조원 대로 결론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시장에서 책정된 3조~4조원의 몸값보다 1조원 가량 늘어난 셈이다. 시장에선 케이뱅크의 기업가치가 5조4000억원까지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카카오뱅크의 주가라는 잠재적 리스크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카카오뱅크 여의도오피스의 모습 ⓒ연합뉴스
우리는 달라…카뱅과 거리두기 전략
케이뱅크는 IPO 순항을 위해 카카오뱅크와 거리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이 인터넷은행의 사업성 문제가 아닌 카카오의 사법리스크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소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카카오뱅크의 주가와 케이뱅크의 기업 가치를 동일 선상에 둘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외에 비교그룹을 구성하는 전략도 거론된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상장 당시 비교그룹이 없던 카카오뱅크가 외국계 기업을 비교그룹으로 삼아 높은 PBR이 적용됐지만 주가가 줄곧 하향 곡선을 그렸다.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카카오뱅크와 차이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금융업의 경우 대주주 적격성에 엄격한 잣대를 부여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현재 최대주주가 34%의 지분을 가진 BC카드다. 산업 자본인 카카오와 성격이 다르다. 오너 리스크에 따른 주가 하락 이슈에 대해선 설득력을 갖춘 셈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역사적 밸류에이션 평균인 PBR 2.7배 수준까지 가치 부여가 가능하다"라며 "카카오뱅크는 전략 변화로 고성장 시기가 지난 상황이지만 케이뱅크는 상장 후 3년간 높은 여신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상장 후 기업가치 상승도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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