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소련 탐사선, ‘죽음의 별’탐사 끝내고 53년 만에 귀환
질량·중력·크기 비슷한 행성
물 있었지만 온실효과로 증발
기압 높고 이산화탄소 가득해
대기 보호하는 자기장이 없어
지구환경 미래 비교분석 대상
5년전 ‘포스핀’기체 검출 발표
나사는 “이산화황 오인 가능성”
최근 전 세계의 우주기관들이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린 일이 있었다. 옛 소련의 우주 탐사선 코스모스 482호가 지구로 돌아온 것이다. 1972년 발사된 코스모스 482호는 지난 1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서쪽 바다에 떨어졌다. 지구를 떠난 지 53년 만이었다.
코스모스 482호의 목적지는 금성이었다. 과학자들은 예전부터 금성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아왔다. 금성의 이미지가 외계 생명체가 살아있을 수 있다는 희망의 공간에서 ‘죽음의 별’이 된 이후로도 여전하다. 금성의 환경이 척박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여전히 관련 연구가 지속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금성을 연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금성의 연구 가치는 무엇인가? 이는 금성이 지구의 ‘쌍둥이 행성’으로서 비교 연구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지구와 닮은 ‘죽음의 별’ = 금성은 여러모로 지구와 유사한 물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환경에선 큰 차이를 보인다. 지름 약 1만2104㎞, 표면적 약 4억6000만㎢, 부피는 약 9.28×1011㎦로 어림잡아 지구의 90% 정도 크기다. 질량과 중력도 지구보다 조금 작지만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렇듯 지구와 여러 면에서 닮았지만, 평균 표면온도는 약 470도에 대기압은 지구의 92배,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이뤄진 맹렬한 대기를 가지고 있어 탐사선이 표면에 착륙하는 것조차 어려운 환경이다.
학설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으나, 과학자들은 금성에도 물 또는 수증기가 다량 존재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엄청난 온실 효과로 인해 지구와 달리 바다를 이루지 못했고, 전부 증발해버렸다는 것이다.
캐나다 기후학자인 콜린 골드블랫 박사는 2012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금성의 온실효과가 임계 값을 넘기면서 ‘폭주 상황’에 돌입했을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금성은 지구보다 태양에 더 가까워 더 많은 태양 복사를 받는데, 바닷물까지 증발하기 시작하며 모든 물이 수증기로 존재하는 상황에 달했다는 것이다. 수증기는 이산화탄소보다도 온실효과가 강하기 때문에 기온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고, 이후 태양 자외선에 의해 상층 대기의 수소가 분해되면서 수소는 우주로 탈출, 물은 소멸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구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온실가스가 축적되면 금성과 같이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금성은 물 한 방울 찾아보기 힘든, 고온 고압 속 황산비가 내리는 지옥 같은 환경이다.
금성 표면을 탐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가장 도전적인 과제다. 현재로선 금성의 극고온·고압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장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금성 연구 초기, 척박한 환경이 확인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금성이 살기 좋은 우주 식민지가 될 것이라 상상했었다. 그러나 1962년 미국의 마리너2호를 시작으로 금성 환경이 확인되기 시작하며 이런 기대는 사라졌고, 1967년 옛 소련의 베네라 4호는 금성 대기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전송하다가 가혹한 환경에 통신이 두절되기도 했다.
◇지구의 미래 점쳐보는 비교군 = 금성의 연구 가치는 바로 엇비슷하면서도 실제로는 다른 결과에 있다. 과학자들은 금성과 지구가 유사한 조건에서 탄생했으면서도 서로 다른 환경을 가지게 된 이유에 주목한다. 온실 효과가 불러올 미래를 점쳐보는 일종의 비교 연구군으로서, 단순히 ‘다른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구와의 차이를 분석해 인류가 처한 환경의 미래를 진단하는 것이다.
특히 금성은 지자기(자기장)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태양풍에 의해 대기 상층이 지속적으로 탈출되고 있다는 점도 연구 대상이다. 지구처럼 대기를 보호하는 자기장이 없을 경우, 태양의 방사선이 어떻게 행성의 대기를 변형시키고 궁극적으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제한하는지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행성 자기장을 설명하는 이론 중 가장 설득력이 높다고 평가되는 다이나모 이론에 따르면, 유동성이 있는 금속이 대류운동하며 자전과 결합할 때 자기장이 생성된다. 지구의 경우 외핵을 이루는 철과 니켈이 상·하부 온도차에 따라 대류하며 움직이면 유도 전류가 발생하고, 지구가 자전하면서 외핵이 움직여 지구 자기장이 생성된다는 이론이다. 금성도 중심핵에 철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금성은 자전 주기가 약 243일로 매우 느리고, 중심핵과 외핵의 온도 차이가 작아 내부 자기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포스핀 발견, 생명 가능성? = 2020년엔 금성 대기에서 ‘포스핀(phosphine·H3P)’이라는 기체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되면서 전 세계 천문학계가 술렁였다. 2020년 9월 제인 그리브스 영국 카디프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금성의 대기 구름에서 포스핀을 찾아낸 것이다. 포스핀은 하나의 인(P) 원자에 수소 원자 셋이 결합한 형태로, 목성이나 토성처럼 대기의 대부분이 수소로 이뤄져 있고 강력한 대기압을 가진 행성에서 화학적으로 생성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에서는 주로 혐기성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미국 하와이에 있는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 망원경을 이용해 포스핀을 찾아냈고, 이후 칠레의 아타카마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다시 확인했다.
연구팀은 금성에서 생명 활동 외에 화산 활동, 번개, 금성 광물질의 광화학 반응 등으로 포스핀이 생성됐을 가능성을 모두 검토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관측된 정도로 충분한 양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이 발견은 이후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관측 오차’ 또는 ‘황산과 태양광 반응에 의한 생성’ ‘데이터 처리 오류’ 등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반박에 직면했다.
나사(미 항공우주국) 고더드 우주 센터의 제로니모 빌라누에바 박사팀은 데이터를 재검토한 결과 포스핀을 찾지 못했고, 금성 대기에 대량으로 존재하는 이산화황을 포스핀으로 오인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행성 대기를 분석하는 연구는 스펙트럼 파장을 분석하는데, 포스핀과 이산화황은 파장 영역대가 매우 가까워 구분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또는 아타카마 전파망원경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원본 데이터를 보정·가공하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없는 가짜 신호가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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