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살 빼려다가 시력을 잃게 된다고?”
살 빼려다 실명까지 할 수 있다면, 상상만 해도 두렵다. 비만치료제에 대한 부작용 우려는 더 이상 가볍게 볼 수 없다. 실제 실명 위험에 대한 경고가 나왔기 때문이다.
‘기적의 비만치료제’로 유명세를 탄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가 시력 상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앞서 보고된 급성 췌장염 사례까지 위고비의 주성분으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수용체 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의 부작용 사례가 축적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0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세터에 따르면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감시 위해 평가위원회(PRAC)는 지난 6일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 및 비만치료제인 위고비, 오젬픽, 라이벨서스에 포함된 세마글루타이드의 부작용에 대한 회의를 개최했다.
PRAC은 인간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문제 평가를 담당하며, 의약품에 대한 일련의 권장 사항을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비임상 연구, 임상 시험, 시판 후 추적 및 의학 문헌 데이터를 포함해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와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의 연관성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검토했다.
회의 결과 PRAC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시력 상실을 유발할 수 있는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으며, 이는 복용 환자 1만명 중 1명에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은 녹내장에 이어 시신경 손상으로 인한 실명의 두 번째로 흔한 원인이다.
EMA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약물 사용이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 발병 위험을 2배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오젬픽’. [로이터]
지난 3월 약 35만명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오젬픽으로 2년간 치료를 받은 환자가 다른 계열의 약을 복용한 환자에 비해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의 발병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회의 결과 EMA는 의약품 라벨 정보에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이 ‘매우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적시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한 노보 노디스크의 공식적인 답변은 없는 상황이다.
PRAC 권고안은 EMA 산하 인체용 의약품위원회(CHMP)에 보내져 채택될 예정으로, CHMP 의견은 유럽 집행위원회(EC)에 전달돼 모든 EU 회원국에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위고비를 복용하다 급성 췌장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나왔다. 지난해 10월 SCI급 국제학술지 ‘큐리어스(Cureus)’에 따르면 미국의 70대 남성이 세마글루타이드 용량을 늘렸다가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뒤 사망했다. 한 30대 여성은 5주 전부터 체중 감량을 위해 세마글루타이드를 주사했다가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았다.
노보 노디스크사. [AFP]
위고비에 대한 부작용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전 세계 비만약 시장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향후 비만약 시장은 뛰어난 효능만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약물이 최대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송인 풍자는 위고비 복용 후 전조증상 없이 구토를 했다며 복용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전세계에 위고비라는 이름을 알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해 일라이 릴리의 당뇨·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로 바꿨다고 공개하며 “(위고비보다 마운자로가) 부작용이 적고 더 효과적인 것 같다”고 후기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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