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세포로 만든 미니 장기 주입
2개월 뒤에도 생쥐 몸속에 남아
미국 연구진이 사람의 줄기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를 임신한 생쥐의 태아를 감싸고 있는 양수에 주입해 동물 몸속에서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생쥐 배아./와이즈만연구소
사람 세포가 섞인 생쥐가 등장했다. 세포나 유전자 변형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임신한 생쥐의 양수에 사람 세포를 주입하는 간단한 방법을 쓴 결과이다. 앞으로 이종(異種) 장기 이식을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기술로 평가됐다.
미국 텍사스 MD 앤더슨 암센터 연구진은 지난 12일 홍콩에서 열린 국제줄기세포학회(ISSCR)에서 사람의 줄기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organoid)를 임신한 생쥐의 태아를 감싸고 있는 양수에 주입해 동물 몸속에서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는 줄기세포를 장기(臟器)와 유사한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으로, 미니 장기라고 불린다. 연구진은 인간 오가노이드를 생쥐에 전달해 키메라를 구현했다.
두 개 이상의 생물 종에서 유래한 세포가 섞인 생물을 ‘키메라’라고 한다. 특히 인간-동물 키메라는 동물 몸에서 인간 장기를 만드는 기술로, 전 세계적인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기존의 키메라 기술에는 한계가 있었다. 보통 사람 줄기세포를 동물 배아에 주입해 인간 장기로 키우려 했지만, 사람 줄기세포가 동물 배아에서 생존율이 낮았다. 살아남더라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줄기세포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초기 미분화 세포인 줄기세포는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어, 목표한 것과 다른 엉뚱한 장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특정 장기에서만 사람 줄기세포가 자라도록 동물 배아에서 해당 장기에 필수적인 유전자를 없애는 변형을 했다. 예를 들어 돼지 배아에서 신장을 만드는 유전자를 없애면 인간 줄기세포가 들어가 인간 신장으로 자라는 식이다.
연구진은 대신 사람 줄기세포를 배양해 장, 간, 뇌의 오가노이드로 키운 뒤 임신한 생쥐의 양수에 주입했다. 오가노이드 상태로 안정화시킨 세포를 넣으면 생존율이 높아지고, 특정 장기로 정확히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양수에 주입한 오가노이드는 생쥐 태아 몸속으로 스며들어 특정 장기로 자라났다. 장 오가노이드는 생쥐의 장으로, 뇌 오가노이드는 대뇌피질로 흡수됐으며, 간 오가노이드도 간에 자리 잡았다.
나중에 태어난 생쥐에서 장 조직의 약 1%가 인간 세포로 구성돼 있었고, 간과 뇌에서도 적은 비율이지만 사람 세포가 확인됐다. 특히 간에서는 인간 특유의 단백질인 알부민도 만들어졌다. 이 세포들은 2개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생쥐 몸속에 안정적으로 남아 있었다.
일각에서는 사람 세포가 동물의 뇌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윤리적 우려도 나온다. 사람 뇌세포가 동물에게 인간과 비슷한 사고능력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현재 뇌에 들어간 사람 세포의 비율이 매우 낮아 큰 걱정은 없지만, 향후 더 많은 세포가 뇌에 들어간다면 인지 기능이 변화하는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지금은 성공률이 낮은 만큼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5-01898-z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