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옥스퍼드대 “한 번에 2회 접종과 예방 효과 비슷”
미세 캡슐이 추가 백신 방출, 2회 접종 효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채집한 모기를 분류하고 있다./뉴스1
영국 과학자들이 단 한 번의 접종으로 말라리아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백신은 2~3회 접종이 필요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선 접종 일정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 번만 접종하는 백신이 나오면 말라리아 예방에 더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로맹 기용(Romain Guyon)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미세유체 칩(microfluidic chip)을 기반으로 마이크로 캡슐을 제조하는 백신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렸다.
말라리아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저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6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고 있다. 사망자의 상당수가 어린이다. 말라리아를 막기 위해 1940년대부터 백신을 개발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승인한 백신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모스퀴릭스’와 옥스퍼드대의 ‘R21’ 단 두 개뿐이다. 각각 2021년 2023년 승인받았다.
두 백신 모두 말라리아를 유발하는 기생충인 원충의 단백질(항원)로 만들었다. 하지만 백신으로 한계는 있다. 우선 모스퀴릭스는 최소 3회 접종이 필요하며, 말라리아 예방 효과가 39%로 WHO 기준인 75%에 한참 못 미친다. 대량 생산도 어려웠다.
R21은 원충 단백질에 미국 노바백스의 면역 증강제인 매트릭스-M을 추가해 예방 효과가 77%로 높고 대량 생산도 가능하지만, 역시 2~3회 접종이 필요하다. 접종률이 낮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연구진은 한 번의 접종으로 추가 면역 효과까지 낼 수 있는 백신 플랫폼을 개발했다. 핵심 기술은 생분해성 고분자 물질인 PLGA로 만든 마이크로 캡슐에 백신을 담는 것이다. 백신을 접종할 때 마이크로 캡슐을 함께 주입하면 1차로 주사한 백신이 면역반응을 유발하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캡슐이 백신을 추가로 방출해 2차 접종 효과를 낸다.
동물실험 결과, 새 백신은 단 1회 주사만으로 기존의 2회 접종 방식과 비슷한 수준인 85%의 예방 효과를 달성했다. 항체 수치도 최대 11주 동안 유지됐는데, 역시 기존 2회 접종군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백신이 담긴 마이크로캡슐의 구조를 보여주는 주사전자현미경(SEM) 이미지./Romain Guyon1
새로운 백신 플랫폼은 냉장 보관에도 적합하다. 연구진은 섭씨 4도에서 4~7주 동안 냉장 보관하고 효과를 측정했다. 그 결과 면역 효과가 냉장 보관 이후에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 캡슐은 직경이 65㎛(마이크로미터·1㎛은 100만 분의 1m)로 일반 주사 바늘로도 주입할 수 있다.
연구진은 새 백신 플랫폼이 저개발 지역에서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봤다. 연구진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기존 백신 생산 기술에 약간의 수정만으로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한 번의 주사로도 말라리아에 대한 효과적인 면역을 유도할 수 있어 접종률 향상과 백신 물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등을 통해 백신 플랫폼의 안전성을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참고 자료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2025), DOI : https://doi.org/10.1126/scitranslmed.adw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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