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내 핼러윈 대비 자료 삭제 지시 혐의
검찰, 징역 1년 구형…법원, 징역 6월 선고
法 "비정상적인 지시…문건 감출 의도"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이태원 인파 위험을 예상한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6.13. ks@newsis.com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후 부서 내 경찰관들에게 핼러윈 대비 자료를 삭제하라 지시한 박성민(58) 전 정보경찰 간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 홍다선 판사는 9일 오전 박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의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교사 혐의에 징역 6월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부장은 2022년 11월 2일 서울경찰청 정보부 과·계장회의 이후 같은 달 4일까지 부서 내 경찰관들에게 핼러윈 대비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23일 "피고인이 관련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해 사고의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저버렸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날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 차림으로 선고기일에 참석한 박씨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땅을 보며 때로 마른침을 삼켰다.

재판에서 박 전 부장의 범죄 사실은 모두 인정됐다.

홍 판사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규정을 지키라는 박 전 부장의 지시가 사고 발생 우려와 대책 마련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지적된 보고서의 폐기를 의미하고 이것이 잘못된 행위임을 충분히 관련자들이 인지할 수 있었다는 취지다.

홍 판사는 "유족과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깊은 상처와 국가 사회 안전 시스템에 대한 좌절감과 불신을 안겼다"며 "수습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치부가 드러날지언정 수사 및 감찰에 협조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관계를 축소, 왜곡 시도하는 행위를 바로잡을 필요성이 이 사회에 절실하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다만 홍 판사는 즉시 구금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한편 박 전 부장은 이태원 참사 책임으로 재판에 넘겨진 공직자 중 첫 실형 선고를 받은 바 있다.

그는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작성한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와 핼러윈 축제 관련 SRI 보고서 3건 등 정보 보고서 4건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지난해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에 박 전 부장과 검찰 모두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논평을 통해 "정보보고서는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 소재 파악, 경찰 수뇌부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성립 여부를 밝히는데 핵심 자료"라며 "이번 판결은 공직자의 형사책임을 다시 한번 인정한 사례로 의미가 작지 않다"고 평했다.

이어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다른 고위공무원들의 항소심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일부 공직자 형사처벌과 함께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경찰이 은폐하려고 했던 진실이 무엇인지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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