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고영욱 기자]
<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리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간밤에 구리 가격도 치솟았습니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는데요. 우리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살펴보겠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 기자, 미국의 구리 관세 부과 계획부터 정리해주시죠.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리에 대한 관세를 발표하면서 관세율은 50%가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구리 관세는 특정 품목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합니다.
지난 2월부터 미국 상무부 조사가 이뤄졌고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발표에 이어 “구리는 조사가 끝났고 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넘겼다”면서 “구리관세는 7월말이나 8월 1일에 발효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품목은 수출품목코드가 확정돼 봐야 알겠지만, 앞서 철강과 알루미늄 품목 관세 사례를 보면 구리를 주소재로 하는 가공품은 대부분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가공품은 전선, 동합금판, 탄약 등이 있습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 발표 직후 비철금속 시장에서 구리가격이 급등하기도 했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 발표 이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장중 17%까지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종가는 파운드당 5.6855달러로, 13.12% 상승했고요. 일일 상승률 기준 198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글로벌 구리 가격은 톤당 1만 달러를 넘어선 상황입니다. 그동안 관세 예고로 미국 내 비축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습니다.
<앵커> 구리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광물로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것인가요?
<기자> 구리는 태평양 연안을 따라 매장이 많이 돼 있습니다. 미국은 확인된 매장량만 4800만 톤에 달합니다.
한 때 세계2위 구리 생산국일 정도였지만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나 비용 등으로 인해 제련 기업이 많지 않고요. 제련 동을 완제품 형태로 수입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으로 전력, 통신 케이블, 냉각용 배관설비 등 구리 사용량이 늘고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180만 톤 가량을 소비했는데 이중에 절반은 칠레나 캐나다, 멕시코 등으로부터 수입했습니다.
한국산 구리는 지난해 미국 구리 수입의 3%인 5억7400만 달러 규모입니다.
기업 가운데선 LS MnM이 국내 구리 제련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데요. 직접적인 대미 수출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제련에서 영향 받는 금액은 그리 크지 않군요. 구리 가공품 기업들 쪽 영향은 어떻게 됩니까.
<기업> 가공품 쪽에 대표기업은 LS전선과 풍산이 있습니다.
일반론부터 말씀드리면 구리는 가격변동이 심한 소재인 만큼 고객사와의 계약에서 구리가격과 제품가격을 연동하는 조항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기에 관세 부담까지 전가하려면 별도의 협상이 필요한 만큼 미국 수출시 이익 감소는 불가피합니다.
다만 LS전선은 주력 제품인 HVDC와 해저케이블의 경우 글로벌 공급이 부족한 상황인데다 미국 수출 비중이 크지 않아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미국 시장 공략은 오는 2028년 LS그린링크가 완공된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외 전기차용 특수권선 등은 현지 법인 슈페리어 에식스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풍산은 이번 관세안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요.
풍산 현지 법인 PMX 인더스트리는 산업용 소재로 쓰이는 압연제품을 생산하는데 기초소재인 전기동을 케네콧(Kennecott)에서 조달합니다.
케네콧은 미국 내에서 채굴부터 제련까지 하는 사실상 유일한 수직통합 제련소인 만큼 관세로부터 자유롭습니다. PMX 역시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구리가 산업 기초소재로 쓰이는 만큼 구리 가공품 외에 전방위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은 어떻습니까.
<기자> 상세 품목이 발표되어야겠지만 일단 전기차용 배터리도 사정권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리를 얇게 펴서 만든 동박은 전기차 한 대에 40kg 정도 들어가는 핵심소재인데요.
미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배터리기업들은 SK넥실리스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으로부터 동박을 사다가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인 블랙웰에 두산이 만든 동박적층판 CCL이 들어가기도 하죠.
첨단 제품에 쓰이는 만큼 품질 유지를 위해 고객사가 당장 거래선을 바꾸진 않겠지만 구리 관세로 인한 원가 부담이 지속될 경우 공급망 변화를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안그래도 구리 가격이 오름세인 상황에서 관세가 가격을 더 밀어올리고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어떤 영향이 있습니까?
<기자> 제련업계 관계자의 비유를 그대로 인용하면 쌀 농사 풍년이면 방앗간이 바빠지죠.
구리 생산이 수요를 못 따라가서 구리 가격 오름세이기도 한데요.
그런데 최근 제련 수수료, 방앗간 수수료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제련소 수가 크게 늘어서입니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현물 가격 변동을 방어하기 위해 선물 헷지를 걸어놓는 경우가 많아 구리 가격 상승이 수익성 상승으로 이어지는데는 제한이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
고영욱 기자 yyk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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