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무장 해제, 인질 귀환 등 5개 종전 원칙 제시
가자시티, '완전 점령' 첫 단계…"점진적 장악할 듯"
참모총장 강력 반발…"인질 생명, 게릴라전 노출 위험"

[가자지구=AP/뉴시스] 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8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완전 점령을 목표로 한 군사 작전 첫 단계를 승인했다. 사진은 지난 6일 이스라엘군 전차가 이스라엘 남부-가자지구 접경을 따라 기동하는 모습. 2025.08.08.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가자지구 완전 점령을 목표로 한 군사 작전 첫 단계를 승인했다.

인질 생명이 위험해지고 자칫 미군의 베트남전 실패를 답습할 수도 있다는 강한 반대 여론에도 군사 작전 확대를 강행하는 모양새다.

8일(현지 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내 안보 내각이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가자시티 점령 계획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총리실은 하마스와 전쟁을 끝내는 대가로 ▲하마스 무장 해제 ▲남은 인질 50명 전원 귀환 ▲가자지구 비무장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안 통제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아닌 대체 민간 정부 존재 등 5가지 원칙을 들었다.

내각 구성원 대다수가 이를 지지했다며 "제시된 대안으론 하마스 패배나 인질들의 귀환을 보장할 수 없다고 압도적 다수의 장관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어떤 대안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가자 점령에 강하게 반대한 에얄 자미르 IDF 참모총장의 제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보 내각은 이날 10시간 마라톤 회의에서 가자지구 완전 점령을 위한 군사 작전을 논의했다.

총리실 발표에는 '완전 점령'이 아닌 '가자시티 점령'으로 언급됐는데, 그 배경은 불분명하다.

[가자시티=AP/뉴시스] 지난 7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 물품을 공중 투하하던 요르단 공군 C-130 수송기에서 바라본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08.08.

가자시티 점령은 가자 완전 점령 작전 첫 단계다.

앞서 알려진 가자지구 완전 점령 군사 작전은 5개월간 5개 사단을 투입해 가자지구를 100% 장악하는 걸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하마스를 완전하게 무력화시키고 인질을 구출하겠다는 목표다.

계획에 따르면 가자시티와 중부 난민촌 장악을 시작으로, 인구 절반인 100만 명가량을 남부 칸유니스 인근 알마와시 인도주의 구역으로 이주시킨다.

특히 이스라엘이 그간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았던 중부 해안 도시 데이르알발라까지 작전을 전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시티와 중부 난민촌은 이스라엘이 아직 정복하지 못한 지역이다. IDF는 가자지구 75%에 해당하는 그 외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총리실이 발표한 이번 계획에서 가자시티 외곽 다른 미정복 지역도 점령을 목표로 하는지는 현재로선 확인되진 않았다.

다만 군사 점령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최소한 가자시티에서 시작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TOI는 해석했다.

[예루살렘=AP/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운데)가 지난 4월 29일(현지 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전몰장병 추모일 전야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2025.08.08.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내각 회의 전 미국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전체를 점령할 것이라며 "우리 안전과 가자 주민의 자유를 위해 하마스를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영구 통치할 생각은 없다며 "안보 관련 보호 장치를 두고 아랍군에 이양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군 수뇌부는 강력 반대했다.

자미르 참모총장은 최근 내각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하면 팔레스타인 주민 200만 명을 책임져야 한다며 "수년에 걸친 청소 작전도 필요하고, 군인들은 게릴라전에 노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무엇보다 가자지구에 남은 생존 인질 20명의 생명이 크게 위험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마스는 지하 터널에 이스라엘군이 접근하면 인질을 처형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 안보 관료는 채널12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베트남전 패배에 빗대 "이스라엘이 제 발로 베트남 모델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JD 밴스 미국 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8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사진=이스라엘 총리실 X 갈무리) 2025.08.08.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은 가자 완전 점령에 개입하지 않겠다면서, 반대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자 점령 문제는 대체로 이스라엘 결정에 달려 있다"며,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미 관료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일부를 합병하는 건 지지하지 않는다며, 인도적 지원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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