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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한국은 지금 세습경제로 가고 있나… 어느 경제학자의 마지막 충고

온카뱅크관리자

2025-12-16 10:27:50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더스쿠프 마켓톡톡 경제성장의 목적 1편 성장 이론 정립한 로버트 솔로 하지만 지속성장 지지자 아냐 성장 없이도 삶의 질 향상 가능 다만, 사회 이동성 감소하고 불평등 악화한다는 한계 있어 “세습 과두정 체제 올 수도” 경고 성장률 꺾여도 성장 지속하는 한국 순자산·가처분소득 지니계수 악화 소수 기업 중심 성장지상주의 병폐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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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모든 국가의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타협과 불공정도 감수하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과 같다. 그렇다면 경제성장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성장하지 않는 경제의 단점인 사회 이동성 감소와 불평등 악화를 막는 게 최소한의 시작점일 수 있다. 경제성장의 목적 1편에서는 성장이론을 확립한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의 마지막 인터뷰를 통해서 경제성장의 의미를 자세히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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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16/thescoop1/20251216101358988rycd.jpg" data-org-width="800" dmcf-mid="GYXzpXaem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6/thescoop1/20251216101358988rycd.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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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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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반도체 전략 보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금산분리 완화 찬반 논쟁을 의식한 듯 이렇게 말했다. "금산분리라는 원칙으로 금융 조달에 제한을 가하는 이유는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 분야는, 사실 그 문제는 이미 다 지나가 버린 문제이고, 어쩌면 산업 발전에 저해가 되는 요소라 저희가 이미 제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는 성장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어느 나라의 정부든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희생하기도 한다. 높은 물가 수준을 그대로 둬야 할 때도 있고, 적정한 환율 수준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자원의 집중이나 환경 훼손과 같은 부작용을 기꺼이 감수하기도 한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목표로 당장의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현대 국가에서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대표적인 경제성장이론인 솔로 모형(Solow model)에 따르면, 기술 발전은 자본 축적과 함께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이론 솔로 모형 의미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가 1956년 정립한 이 신고전파 모형은 미국 경제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 축적이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른 성장이론에서처럼 솔로도 아무리 자본을 축적해도 경제성장이 정체하는 구간을 발견한다. 
 축적 자본이 많을수록 같은 양의 자본이 증가해도 생산량의 획기적인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 시기다. 솔로 모형은 역설적으로 모든 나라가 자본 축적이 생산량 증가로 연결되지 못하는 성장률 0%의 순간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다른 성장의 요인인 기술의 발전이 중요하다. 이 성장 모형에서는 오직 기술의 발전만이 성장률의 정체를 해결할 수 있다.
 ■ 성장하는 경제와 성장 없는 경제=그런데 솔로 모형과 관련해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대체로 성장론자들은 솔로 모형 등을 지지하며 모든 경제가 항상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작 이 모형을 만든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는 성장론자가 아니었다. 미국 경제 팟캐스트인 프리코노믹스는 지난 12일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와의 2023년 6월 인터뷰를 다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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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로버트 솔로(오른쪽)가 2010년 10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피터 다이아몬드 MIT 교수(가운데)와 포즈를 취했다.[사진 | 연합뉴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16/thescoop1/20251216101400291dshm.jpg" data-org-width="800" dmcf-mid="H7clOcKpI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6/thescoop1/20251216101400291dshm.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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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솔로(오른쪽)가 2010년 10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피터 다이아몬드 MIT 교수(가운데)와 포즈를 취했다.[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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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로는 인터뷰를 한 지 6개월 만인 2023년 12월에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신이 성장지상주의자가 아니라며 이렇게 말했다. "현대 산업 자본주의 경제에서 성장이 이뤄지는 방식을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고 해서 내가 성장을 열광적으로 지지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결핵균을 연구하는 학자가 됐었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내가 결핵균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나는 단지 효율적인 경제를 비효율적인 경제보다 더 선호하는 것뿐이다. 효율성이 곧 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솔로는 이 마지막 인터뷰에서 성장 없는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성장론의 거두巨頭는 지속적인 성장이라는 신화를 거부하며 이런 말도 했다. "경제학계 안팎에서 많은 이들이 마치 성장이 없는 현대 산업 자본주의 경제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어떤 경제 법칙이나 원칙에도 성장 없는 경제가 존재할 수 없다거나, 그런 경제는 건전하게 유지될 수 없다고 쓰여 있지 않다."
 성장 없는 경제의 치명적 단점 성장 없는 경제도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지만, 다소 성가신 수준의 일은 존재한다. 만약 어느 사회가 성장하지 않는 경제를 추구한다고 치자. 그래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저축을 통해서 부를 쌓고자 한다. 저축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이 돈이 은행을 통해서 공장이나 생산시설을 짓는 데 쓰이면 이 사회는 목표와는 달리 성장할 수밖에 없다. 자본의 축적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면 그 나라 경제는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렇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성장 없는 경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솔로는 정부가 예산을 늘려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국채를 발행해 빚을 지는 것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단지 정부 예산을 화려한 축제를 벌이고, 넓은 꽃밭을 가꾸는 등 비생산적인 일에 써야 한다는 조건만 지키면 된다. 한 국가의 총저축량인 국민저축은 민간저축과 정부저축의 합인데, 민간저축이 증가해도 정부저축이 마이너스이면 국민저축은 늘어나지 않는다. 재정적자는 마이너스 정부저축이다.
 ■ 사회 이동성 감소의 함의=하지만 성장이 멈춘 경제에는 확연히 드러나는 단점이 존재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사회 이동성이 감소한다는 단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득에 따라 20%씩 5개 분위로 나눈 것을 소득분위라고 한다. 소득 최하 20%가 1분위이고, 최상 20%가 5분위다. 
 쉽게 말해서 지난해보다 올해 소득이 더 증가해서 자신의 소득분위가 한 계단 더 올라가는 것을 상향 이동성이라고 하는데, 이런 사람의 비율이 증가하려면 경제성장이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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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자료 | 국가데이터처, 참조 | 2025년 성장률은 한국은행 예상치,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16/thescoop1/20251216101401582crhk.jpg" data-org-width="650" dmcf-mid="Z8xcaetWr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6/thescoop1/20251216101401582crhk.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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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 국가데이터처, 참조 | 2025년 성장률은 한국은행 예상치,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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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성 감소라는 성장 없는 경제의 단점은 사회 구조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 솔로는 "이동성이 멈춘 경제에서 좋은 일자리와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은 이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심지어 자녀에게 이를 세습할 것"이라며 "그런 사회는 결국 세습 과두정寡頭政(hereditary oligarchy)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과두정은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이 권력을 독점해 지배하는 정치 체제를 뜻한다.
 성장의 정체와 세습 과두정 체제의 등장 사이에 있는 것이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다. 고소득 직업을 자신이 유지하다가 자녀에게 세습한다는 얘기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부의 상당 부분을 이런 극소수가 가져간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솔로는 마지막 인터뷰에서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너무 끔찍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절대적인 평등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극심한 부와 극심한 빈곤이 공존하는 것은 부도덕하고,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불평등이라는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불평등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든다고 해서 경제의 효율성이 크게 악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불평등은 경제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 솔로의 생각과 다른 한국 경제=이처럼 솔로는 성장론을 추종하지도, 성장 없는 경제를 좇지도 않았다. 다만, '성장 없는 경제'에서 나타나는 특징인 '이동성 감소'에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그런데 솔로의 이런 생각을 넘어서는 곳이 있다. 한국이다. 비록 정체될지언정 성장을 이어가는 우리나라에선 사회 이동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소득이 증가해 살림이 나아지는 사람의 비율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도시근로자 가구만 보면 소득계층 상승 비율은 1990~2002년 연평균 30%대였는데, 2003~2008년 연평균 29.4%로 내려왔다. 2017~2022년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전체 가구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17%대까지 추락했다. 2024년 국가데이터처의 사회 이동성 조사를 보면, 소득분위간 상향 이동성은 2022년 17.5%에 불과했고, 올해 발표한 2023년 통계에서는 17.3%로 더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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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한국경제의 가장 큰 약점은 '심화한 양극화'다. [사진 | 뉴시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16/thescoop1/20251216101402899shnh.jpg" data-org-width="800" dmcf-mid="5cEWSr4qsz"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6/thescoop1/20251216101402899shnh.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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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의 가장 큰 약점은 '심화한 양극화'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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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성의 감소는 자산과 소득 불평등의 증가라는 수학적 결론으로 연결된다. 올해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자산의 불평등을 알려주는 지니계수가 0.625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도 지난해보다 0.002 상승한 0.325를 기록하며 3년 만에 악화로 돌아섰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 여파가 통계로 나타난 것이다. [※참고: 지니계수는 0~1 사이의 값으로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수다.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
 자본 과세를 약화하고, 몇몇 특정 기업 위주 성장 전략을 선보인 현 정부의 정책 여파도 몇 년 후 수치로 나타날지 모른다. 우리가 성장을 추구하는 바람에 오히려 성장의 목적인 삶의 공평한 질적 향상에서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솔로의 마지막 인터뷰가 주는 교훈이다. 
 경제성장의 목적 2편에서는 올해 2월 세상을 떠난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연구했던 경제성장과 삶의 만족도 문제를 다룬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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