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사법정책연구원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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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휴대전화 통째 저장’을 두고 위법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법원의 싱크탱크’라 불리는 사법정책연구원이 3년 전 보고서에서 ‘통째 저장’의 근거인 대검찰청 예규를 “영장주의 위반”이라 지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겨레 취재 결과, 대법원 산하 연구기관인 사법정책연구원은 2021년 3월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냈다. 연구책임자는 박병민 연구위원(판사)이다. 박 판사는 보고서를 통해 “(대검은) 이미징 복제본 전부를 보관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며 “범죄 무관 정보는 영장 수집 허용 범위가 아니므로 그 보관은 영장주의 위반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 증거의 재현이나 검증을 위해’ 범죄 무관 정보의 보관이 필요한 이유가 선뜻 이해되지도 않으므로, 대대적인 개정을 통해 마련된 대검 예규가 ‘무관정보 폐기 원칙’을 무용하게 할 염려를 지우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 문장에는 “경찰 내규에는 별건 정보가 포함된 이미징 복제본 전부를 보관할 수 있게 한 규정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각주가 붙기도 했다.
사법정책연구원이 2021년 3월 낸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 내용. 보고서 갈무리
언급된 예규는 대검의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이다. 예규에는 ‘법정에서 디지털 증거 재현이나 검증을 위해 이미지 파일 보관을 요청할 수 있다(37조1항)’, ‘관련성 있는 사건에서 증거 사용이 예상되면 디지털 증거를 폐기하지 않을 수 있다(54조2항)’ 등 조항이 있다. 검찰은 예규 등을 근거로 ‘휴대전화 통째 저장’이 적법하다 해명했지만, 애초에 법원 쪽이 예규 자체가 위법하다고 지적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보고서에서 박 판사는 수차례 대검 예규의 위법성을 들었다. ‘54조2항은 범죄무관 정보를 폐기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 해석 가능하다’고 전제한 뒤 “범죄무관 정보는 예외 없이 폐기 대상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범죄무관 정보 보관은 대법원 판결(2011모1839)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혐의 무관 정보 삭제를 수사기관 의무로 규정하기 위해 형사소송법에 ‘압수목록에서 제외된 정보를 지체없이 폐기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한겨레와 뉴스버스는 검찰이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종료된 뒤 이 대표 동의 없이 휴대전화 정보 전체를 검찰 디지털수사망(D-NET·디넷)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20대 대선 전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주임검사로 있으면서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이 대표 등 기자 다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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