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부가가치세 부담 완화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이들 공약이 효과를 내기보다 세수 기반만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으로 부가가치세율 한시 인하와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 공약의 지원 효과 및 재정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한 위원장은 가공식품과 출산·육아용품 등 일부 생필품에 적용되는 부가세율을 현행 10%에서 5%로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연 매출 1억400만원까지 상향되는 간이과세 기준도 2억원으로 배 가까이 높이겠다고 밝혔다. 세제 당국인 기재부는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공약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공약 실현 시 줄어드는 국세수입 규모도 아직은 추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세수 감소 규모를 어림해볼 방법은 있다. 앞서 부가세율 인하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안했던 여당 후보 모임 ‘체인저벨트’는 100대 생필품의 부가세를 6개월간 인하할 경우 세수가 약 5000억원 줄어든다고 추산했다. 일부 항목의 세수 감소 규모는 기존 법 개정안을 통해서도 가늠할 수 있다. 2022년 김영주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육아용품 부가세 면제법 개정안은 부가세수를 연평균 673억원 줄일 것으로 전망됐다.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도 최소 수천억원의 세수를 감소시킨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연 매출이 72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인 전국의 일반사업자는 33만5000명이었다. 반면 연 매출이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인 일반사업자는 50만5000명에 달했다. 앞서 기재부는 간이과세 기준을 8000만원에서 1억400만원으로 상향하면서 해당 조치로 세수가 약 4000억원 줄어든다고 예측했다. 유사한 비율로 간이사업자가 증가할 경우 2억원으로 상향 시 줄어드는 세수는 이보다 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줄어드는 세수에 비해 공약의 실효성은 미흡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생필품 부가세율 인하의 경우 서민층에 혜택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가세율 인하는) 불특정 다수가 수혜자인 데다 유통 단계에서도 혜택이 공유된다”며 “서민의 생계를 도우려면 구체적인 타깃을 설정하고 보조금·바우처 등을 지원하는 형태가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수 감소 이외의 부작용을 초래할 소지도 있다. 구체적인 세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간이과세자를 대폭 늘렸다가는 과세 행정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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