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 로이터=뉴스1) 김예슬 기자 =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5.06.2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헤이그 로이터=뉴스1) 김예슬 기자
미국 정부가 베트남과 무역합의를 통해 상호 관세율을 낮추기로 결정하면서 베트남 현지에 생산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부담을 한층 덜게 됐다. 다만 환적 물량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베트남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며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물품에 20% 관세를, 환적 물품에는 4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상호 관세율이 기존 46%에서 20%로 낮아진 데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베트남 현지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 기업은 일단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상호관세를 적용하지 않는 지금과 비교하면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당초 예정된 46%의 고율 관세는 피해 "최악은 면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 등에 대규모 스마트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의 절반 가량을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스마트폰 공장이 없어 미국향 스마트폰은 대부분 베트남에서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에서 모바일(MX) 부문은 약 6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46% 고율 관세는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약화와 판매량 감소, 매출·수익성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상호 관세율이 46%에서 20%로 낮아진 것은 천만 다행"이라며 "무관세인 지금과 비교하면 부담은 분명 작용하겠지만 최악은 면했다"고 했다.
베트남 하이퐁 등에서 냉장고 등 가전을 생산해 일부 물량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LG전자도 한시름 덜었다. 미국향 가전을 전량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관세율이 비교적 높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기지 물량을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스윙 생산체제'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지난 5월 베트남 하이퐁 공장의 냉장고 생산 설비 가동률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후 감축분을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또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에서 세탁기·건조기 생산라인 가동률을 높이는 등 미국 현지 생산 역량을 키우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 예정된 관세가 너무 고율이라 걱정했는데 (관세율이) 낮아져 한시름 놓았다"며 "베트남을 비롯해 다른 나라의 관세 협상 상황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환적 상품(제3국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4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은 새롭게 떠오르는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조치는 중국이 베트남을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통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베트남에 반도체 등 중간재를 납품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제품이 덩달아 환적 판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에 수출한 반도체 비중은 12.9%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생산에 활용되는 메모리 반도체 등 중간재가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환적 상품의 분류 기준 등이 명확하게 발표되지 않은 만큼 산업계는 "불확실성이 커 일단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만드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등 중간재가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면서도 "아직 환적 관세 기준 등이 명확히 발표되지 않은 만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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